'대한민국 연극계 최고 거장' 박근형, 술자리에서 여자 제자 성추행
2024-11-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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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정직 3개월... 박근형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연극계 거장인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가 제자 성추행 혐의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데일리안이 12일 단독 보도했다.
박근형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제자와 술자리를 하던 중 스킨십을 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피해 학생과 제자들에게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학교 측으로부터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술자리에서 제자 A씨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한예종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징계위원회는 국가공무원법과 한예종 윤리강령 교원 실천지침에 따라 올해 8월 박 교수에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학생들과 식당에서 음주 및 식사를 하던 도중 피해 여학생의 볼에 뽀뽀하고 “아가, 아가“, ”나는 네가 좋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교수는 “명백한 제 잘못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려진 처분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였다. 저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피해자가 또 다시 상처받는 일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당초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기획한 쿼드 초이스 시리즈의 일환으로 박 교수의 계절 연극인 ‘겨울은 춥고 봄은 멀다’와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를 다음달 공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박 교수는 “연극을 통해 함께할 배우와 스태프들이 내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돼 마음이 좋지 않다. 조만간 연극 관계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문제로 연극계 전체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있는 사실을 숨기려는 건 아니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마땅히 처분을 받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혹여 ‘연극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거 아니냐’는 식으로 연극계에 대한 이미지가 저로 인해 나쁘게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박 교수는 2018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걸릴 것이 없느냐는 물음에 "성희롱·성추행·성폭행과 관련해서는 크게 잘못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예전에 도제식으로 연기를 가르칠 때는 정신 차리라는 의미의 기합과 가볍게 때리는 정도는 했는데, 그것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 거장들이 미투 운동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대한민국 연출계의 거장 이윤택, 극작가이자 연출가 오태석, 국민 배우 오달수 등 존경하는 선배나 좋은 후배들이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언급돼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 옛날 나쁜 습관에 젖어 잘못된 행태를 반복했다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성과는 따로 평가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연극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며 "대학로 극장은 관객이 없어 초토화되고, 국`공립극단의 연극마저 외면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부의 잘못을 마치 연극계 전체로 폄하하는 분위기는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언급을 내놓고도 성추행이라는 불미스러운 문제로 정직 처분까지 받은 만큼 낯을 들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