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치매 시어머니 돌보던 며느리가 600만원 벌금형에 처한 이유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돌보던 며느리가 홧김에 시어머니의 손목을 묶은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방법원 형사8단독 성인혜 판사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8) 씨에게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5월 7일 인천시 부평구 A 씨의 자택에서 발생했다.

당시 A 씨는 치매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B(85) 씨의 손목을 테이프로 여러 차례 묶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시어머니가 자신의 얼굴을 계속 만지자 "그만 좀 하라"며 소리를 지르며 시어머니의 손목을 결박했다.

A 씨는 시어머니를 2년간 돌보는 과정에서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나이가 많은 피해자를 결박하는 방식으로 폭행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성 판사는 결박이라는 행위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며, 노인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동시에 재판부는 A 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그리고 시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 하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특히 A 씨가 치매 환자인 시어머니를 오랜 시간 돌보면서 겪은 정신적, 신체적 피로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고려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구성원들이 종종 육체·정신적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되며, 이러한 스트레스가 폭력이나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학계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돌보는 사람의 인내심과 정신적 회복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2019년에는 치매를 앓는 아내가 약을 먹기 싫다며 화를 내자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남편이 우발적으로 범행했으며 오랫동안 아내를 돌봐온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