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잘 참는 사람들, 공감·죄책감 부족인 '이 성향'일 확률 높다" (연구 결과)
2024-11-1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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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결과에서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
남들보다 아파도 잘 참는 사람들에 대한 예상 밖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드보드 대학의 디마나 아타나소바 박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고통을 잘 견디는 사람들이 정신병적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커뮤니케이션스 사이콜로지' 저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고통에 대한 반응이 정신적 성향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관해 조사했다.
정신병적 성향이란 공감 부족, 죄책감 결여, 충동적인 행동 등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기 행동의 결과를 잘 고려하지 않는 특징을 말한다.
아타나소바 박사는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부정적인 결과에서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정신병적 성향과 고통 감내 능력의 관계를 확인했다.
첫 번째 실험은 전기 충격 실험이었다. 참가자 106명이 자신의 공감 부족, 충동성 등 정신병적 성향을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한 후, 팔에 전극을 부착하고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전기 충격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고통을 처음 느끼는 지점과 견딜 수 있는 최대 강도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한 고통을 참아냈으며 일부는 기계의 최대 전류까지도 견뎠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색상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처음 총 160번의 카드를 선택할 기회를 가졌고 카드 선택에 따라 0.10유로의 보상 또는 벌금이 주어졌다. 이후에 진행된 카드 선택에서는 보상 대신 전기 충격이 주어졌다. 참가자들은 이 패턴을 미리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실험의 목적은 잘못된 선택 후 행동을 어떻게 수정하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관찰 결과 정신병적 성향이 높은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을 받고도 같은 카드를 반복해서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신념 초기화’라 설명했다. 부정적인 결과나 고통을 경험한 후에도 기존의 신념이나 행동 패턴을 쉽게 버리지 않고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고통을 덜 느끼거나 쉽게 무시하는 성향이 정신병적 성향과 연관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아타나소바 박사는 “정신병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안녕에 무관심한 공격적이고 착취적인 행동이다”며 “고통 둔감성과 학습 결핍이 결합돼 고통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고통을 참아내는 능력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며 고통을 덜 느끼거나 쉽게 무시하는 성향이 행동 교정에 방해가 될 수 있고 이는 특정 성격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내용은 'Diminished pain sensitivity mediates the relationship between psychopathic traits and reduced learning from pain'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