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점유율 0.5%로 대박 관객 동원... 알고 보면 진짜 흥행작인 영화들이 몰려온다
2024-11-0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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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관객들과 만나는 인디버스터 영화들
이른바 ‘인디버스터’로 불리는 한국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연이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 예술영화가 인기를 끈 가운데 한국 독립영화들도 연이어 흥행 성과를 거두며, 새롭게 개봉하는 작품들이 이 흐름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정범 감독과 허장 감독이 공동 연출한 '한 채'는 오는 20일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한 채’는 두 가족이 위장 결혼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았다. 가난한 아버지 문호(임후성)가 지적 장애인 딸 고은(이수정)을 돌보고,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뛰는 도경(이도진)은 고은과 서류상 부부가 되는 설정이다. 이 영화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LG올레드 비전상과 시민평론가상을 받았고, 제25회 가치봄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피폐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감정적인 울림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또 다른 주목할 작품으로는 김태양 감독의 '미망'이 있다. '미망'은 멜로 로드무비로, 연인 관계였던 남녀가 오랜 시간 후 우연히 마주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자(이명하)가 을지로, 청계천, 광화문 등 서울의 익숙한 장소들을 배경으로 남자(하성국)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재회를 맞이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두 주인공의 대화 속에서 만남과 이별, 재회를 반복하는 인간 관계의 흐름을 섬세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넷팩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제26회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는 첫 감독상을 수상하며 특히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포함해 세 개의 상을 받은 '아침바다 갈매기는'이 27일 관객을 만난다. 작은 어촌 마을에서 벗어나려는 한 청년이 죽음을 위장하고 가족들과의 인연을 끊으려는 이야기로, 이 상황을 모르는 가족들과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늙은 선장의 이야기가 담긴다. 영화는 빈틈없이 몰아치는 서사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편집이 돋보여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큰 찬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들이 극장가에 다채로운 색깔을 더하고 있다. 토종 씨앗의 가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씨앗의 시간'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여자 씨름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서울여성독립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은 '모래바람'도 상영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영화계에서는 '인디버스터'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독립영화의 흥행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용어는 독립영화이지만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흥행성을 지닌 작품들을 의미한다. 예산과 상영관의 제한을 넘어서 관객의 사랑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인디버스터' 작품들은 영화제의 선택을 넘어 실제 극장가에서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개봉해 흥행한 독립영화들이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지난 8월 개봉한 고아성 주연의 '한국이 싫어서'는 관객 수 6만 명을 돌파했고, 성소수자 딸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딸에 대하여'는 2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는 정치부 기자의 삶을 그린 '그녀에게' 역시 2만40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오정민 감독의 '장손'은 경북 시골 마을에서 대대로 이어온 두부 공장을 운영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평균 스크린 수 30개, 스크린 점유율 0.5%에 불과했음에도 총 관객 수 3만 명을 달성하며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성까지 갖춘 독립영화들이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