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기계' 섬뜩하고 충격적인 미스터리... 사망자 시신에서 목 졸린 흔적이 나왔다
2024-1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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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당국 정식 수사 착수... 안락사 돕는 기계 맞나
스위스 수사 당국이 안락사 캡슐 회사인 대표가 구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무시무시한 음모론이 일고 있다.
최근 스위스 매체에 따르면 ‘사코(Sarco)’ 캡슐을 운영하는 라스트 리조트의 공동 대표인 플로리안 윌렛(47)이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샤프하우젠의 감옥에 약 6주째 구금돼 있다. 사코 캡슐은 질소를 가득 채워 산소 수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기계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북부 숲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극단 선택이었다. 미국에서 온 64세 여성이 안락사 캡슐인 사코 캡슐 안에서 버튼을 눌러 질소가 주입되도록 했고, 이로 인해 산소가 부족해져 생을 마감했다.
윌렛은 당시 여성의 죽음에 대해 “평화롭고 신속하며 품위 있었다”고 발표하며, 모든 과정이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검찰이 여성의 사망을 둘러싸고 살인 혐의를 제기하면서 윌렛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검시관이 여성의 목에 교살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검찰은 의도적인 살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원에 윌렛의 구속 연장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라스트 리조트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사코 캡슐은 필립 니츠케 박사가 개발한 안락사 지원 기구다. 라스트 리조트는 자발적인 기부와 후원금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니츠케 박사는 ‘닥터 데스(Dr. Death)’라는 별명을 가진 논란의 인물로, 그가 설계한 사코는 산소를 제거해 사용자가 고통 없이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니츠케 박사는 과거에도 ‘출구 가방(Exit Bag)’이라는 비닐 가방을 만들어 공기 차단을 통한 극단 선택 수단을 제공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극단 선택 지원 도구를 개발해왔다. 하지만 스위스 당국이 사코 캡슐을 몰수한 뒤 니츠케는 네덜란드로 돌아가 다시 3D 프린터로 새로운 사코를 제작 중이다.
여성이 사망하기 전 독일의 한 호텔에 머물며 인터뷰한 내용도 공개됐다. 그는 극심한 두통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였고, 두 아들이 자신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의 또 다른 극단 선택 지원 단체인 페가소스(Pegasos)와 접촉했으나, 서류 준비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대기 기간이 길어 사코 캡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코 캡슐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경험이 “간단하고 덜 충격적”이라면서 고통 없이 숨지는 데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망 당일 여성은 오후 3시 50분쯤 숲속에 있는 사코 캡슐에 들어갔다. 윌렛은 캡슐 바깥에서 “숨을 쉬라”는 말을 남겼고, 여성은 버튼을 눌러 질소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1분 57초가 지나자 내부 카메라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작동됐고, 그 화면에는 여성의 무릎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이 모습을 본 윌렛은 그녀의 몸이 “강하게 경련하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잠시 후 윌렛의 태블릿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여성의 심박수가 여전히 활동 중이었음을 의미했다. 예상보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윌렛은 여성이 곧 숨을 거두리라 생각했다. 약 30분이 흐른 후 윌렛은 여성이 정말로 숨을 거뒀다고 판단하고, 닥터 니츠케에게 “이제 그녀는 정말 죽은 것 같다”고 보고했다.
사건 이후 스위스 당국은 이 사건을 둘러싼 수사를 시작했고, 여성의 죽음을 지원한 혐의로 라스트 리조트 관계자들을 체포해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사진작가와 변호사 두 명도 경찰에 체포돼 48시간 동안 구금됐다. 한편 검찰은 윌렛의 구속 연장을 결정하며, 이번 사건의 조사가 길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일부 스위스 법률 전문가는 단순히 극단 선택 지원 혐의만으로 이렇게 오래 구금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윌렛의 체포와 구금이 지속되면서 이번 사건은 스위스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도 많은 이가 사코 캡슐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고 있다. 영국 출신의 퇴역 공군 기술자인 피터 스콧과 그의 아내 크리스틴이 부부로선 세계 최초로 사코 캡슐에 의한 안락사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80대 고령인 이들 부부는 치매 진단을 받은 후 품위 있는 죽음을 계획했다.
이번 사건은 안락사를 돕는 기계가 과연 안전하고 신속하며 품위 있는 죽음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스트 리조트는 극단 선택 지원 단체로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회원을 두고 있으나 이번 사건 이후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의 목에 남은 상처가 고의적인 교살의 흔적인지, 아니면 그녀의 질환으로 인해 생긴 흔적인지에 대한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