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스승' 조혜정 전 감독 별세…향년 71세 (프로배구 최초 여자 감독)

2024-10-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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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 지병으로 세상 떠나

'김연경의 스승' 조혜정 전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71세.

고인은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적 선수 출신이자 한국 프로배구 사상 최초로 여자 감독이 된 인물이다.

배구선수 김연경과 조혜정 전 감독(오른쪽) / 조혜정 전 감독 제공-연합뉴스
배구선수 김연경과 조혜정 전 감독(오른쪽) / 조혜정 전 감독 제공-연합뉴스

조혜정 전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감독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췌장암으로 투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정 전 감독의 딸로 KLPGA 투어에서 뛴 전 프로골프 선수 조윤희 씨는 30일 연합뉴스에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오늘 오전 눈을 감으셨다"라고 전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다. 31일 오전 8시에 15호실로 이동한다. 발인은 11월 1일 오전 6시 30분에 엄수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임종하기 전 자신이 사랑한 배구를 향해 편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배구야,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가 13살 중학교 시절이었으니, 우리의 인연이 반세기가 넘어 6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때론 내가 널, 또 가끔은 네가 나를 힘들게 한 적도 있었다. 끈질긴 인연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배구야, 이제 난 너와 더 이상 친구를 할 수가 없게 됐단다.

수많은 내 친구 중 너에게만은 직접 이별 통보를 하는 게 너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해서 고통을 참으면서 이 편지를 쓴다. 작년 말 발견한 된 췌장의 암세포가 날 삼키려나 봐. 170㎝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키로 배구도 했는데 이것 하나 못 이기겠어라며 호기롭게 싸웠지만, 세상에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불과 며칠 전...

배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더는 내가 너의 친구로 남아 있을 수 없단다. 너를 만나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어. 몬트리올에서, 이탈리아에서 너와 함께한 여행은 내 인생의 꽃이었어. 대한민국 프로무대에서 너와 함께한 그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데이트였어. 고마웠던 배구야, 안녕!

작은 키에도 높이 날아올라 '나는 작은 새'로 불린 고인은 한국 배구를 빛낸 전설적인 선수 출신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세계 3위에 올려놨다. 이는 한국 구기 종목이 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기도 했다.

조 전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0년에 처음 국가대표에 뽑혔다. 이후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1972년 뮌헨 올림픽,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각각 출전했다. 실업팀에서는 국세청과 미도파에서 활약했다. 이후 197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2년 동안 플레잉코치로 뛰었다.

조 전 감독은 1981년 은퇴했으며 2010년 4월 GS칼텍스 지휘봉을 잡아 한국 프로배구 사상 최초의 여성 사령탑이 됐다.

조혜정 전 감독의 생전 모습 / GS칼텍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조혜정 전 감독의 생전 모습 / GS칼텍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조 전 감독은 평소 김연경을 아끼며 조언해 온 '스승' 같은 존재였다. 김연경도 조 전 감독에게 각별한 애정과 존경을 표해왔다. 고인의 생전에 각별했던 김연경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조 전 감독은 2021년 8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김연경을 누구보다 위하는 말을 했다.

당시 조 전 감독은 "연경이는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참 존경하는 선수다. 연경이는 대표팀 전력이 약했을 때 단 한 번도 불평불만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세터가 자주 교체돼 적응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도 남 탓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 자리를 지키면서 최고의 성적을 내준 연경이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감독은 '김연경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해 선배로서 아쉽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연경이는 충분히 할 만큼 해줬다. 이제는 우리가 연경이를 놓아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연경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어 할 것이다. 최고의 모습으로 모두의 가슴에 남을 수 있게 박수를 쳐줬으면 한다"라고 했다.

조 전 감독은 1981년 프로야구 선수 출신 조창수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대행과 결혼했다. 딸 조윤희·조윤지 씨는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뛰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