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티빙-웨이브 합병 물거품 만들기 위해... 지상파 3사에 파격 제안
2024-10-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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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비용 제시하며 “콘텐츠 공급 확대해달라” 요청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안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웨이브의 주요 주주로서 합병에 모두 동의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를 무너뜨릴 기회가 만들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마지막 기회인지 아닌지는 궁극적으론 지상파의 결정에 달렸단 말이 나온다.
28일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최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가 여전히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KT는 2022년 자사 OTT 서비스 ‘시즌’을 티빙에 합병하면서 자회사 스튜디오지니가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KT가 아직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토종 OTT 부흥의 마지막 적기를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KT의 IPTV 사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OTT가 미디어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KT의 IPTV와 같은 전통 유료방송 사업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KT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IPTV 가입자는 942만 3,000명으로 1년 전 947만 명보다 소폭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한 상태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CGV, SK그룹은 IPTV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트렌드 변화에 맞춰 OTT 합병에 찬성했는데, 유독 KT만 자사 이익을 고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주주들은 곧바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합병 법인이 출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420억 원과 7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및 공중파 콘텐츠 독점 제공으로 글로벌 OTT와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 종속되며 발생하는 지식재산권(IP) 문제를 해소하는 통로가 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합병판을 흔들려고 지상파와 물밑 접촉해 막대한 비용을 제시하며 콘텐츠 공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경영난을 겪는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토종 OTT의 성장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