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여린 분이었다” 김수미가 사망 직전까지 집필한 책 제목, 다들 오열

2024-10-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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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집에 가면 드라마 재방송 보면서 그대로 계실 것만 같아”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배우 김수미의 아들 정명호 나팔꽃F&B 이사와 배우 서효림 부부가 '엄마'의 삶을 되돌아보며 깊은 그리움을 드러냈다.

배우 김수미는 지난 25일 오전 8시 8분께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배우 김수미는 지난 25일 오전 8시 8분께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생전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사람들이 '욕 한 번 해주세요' 할 때마다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싫으셨다고 했죠. 그만큼 너무 여린 엄마였어요." 바로 전날인 지난 25일 '엄마' 김수미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정 이사와 서효림 부부는 26일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날 며느리인 서효림은 "결혼할 때도, 이후에도 주변에서 '시어머니(김수미) 무섭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봤지만 '우리 엄마가 나 더 무서워해'라고 응수하곤 했다"라며 퉁퉁 부은 눈으로 털어놨다.

서효림은 김수미를 시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르며 친딸처럼 따랐다.

그는 "최근에 엄마가 회사 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고 힘들어하셨던 건 사실이다"라며 김수미가 최근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인정했다.

이어 "그럴 때 제가 그랬다. '엄마, 우리 여배우끼리 얘기해 보자.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우리가 쓰러져도 무대에서 쓰러져야지.' 그랬더니 엄마가 '마음은 나도 너무 같은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하셨다. 많이 여린 분이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이사와 서효림에 따르면 김수미는 대중적인 이미지와 달리 사실 마음이 여리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일용엄니'로만 평생 불려 오던 김수미의 인생 2막이 시작된 건 예능 '수미네 반찬'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촬영 당시 김수미는 "늘 '욕쟁이 할머니'로만 불려 왔는데 요새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라며 진심으로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리와 음식은 김수미의 인생에 있어 연기만큼 중요한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정 이사와 서효림의 딸인 손녀 조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이유식 책을 발간할 만큼 김수미의 요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정 이사는 "엄마가 가장 잘하는 음식이었고, 최근에 생각나서 해달라고 졸랐더니 '힘들어서 못 해'라고 하시고는 다음 날 바로 만들어서 집에 보내주셨다"라며 김수미가 해 준 마지막 요리로 '풀치조림'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풀치조림을 가장 잘 먹었는데 효림이는 뭐든 잘 먹고 또 많이 먹어서 엄마가 더 예뻐하셨다"라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세계로 국민 배우로 자리 잡은 김수미가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 연합뉴스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세계로 국민 배우로 자리 잡은 김수미가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 연합뉴스

특히 김수미는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부터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도 활동에 대한 애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이사는 "엄마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시는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꽤 많더라. 책 제목도 미리 정해두셨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다. 은퇴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는 빈소의 영정사진으로 김수미가 생전 촬영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속 고인의 모습을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생전에 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써 달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집에 가면 드라마 재방송 보면서 그대로 계실 것만 같은데. 모든 부모 잃은 자식의 마음이 같겠지만 더 잘하지 못해서 후회되고, 그래도 엄마와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