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비타민 음료로 착각하고 건넨 액체 마신 여성 사망 (울산)

2024-10-2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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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80대 시각장애인에게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한 이유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빙초산을 음료수로 착각해 이웃에게 마시게 해 사망에 이르게 한 80대 시각장애인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4단독 정인영 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1급 시각장애를 가진 A 씨는 지난해 9월 울산 자택 근처에서 이웃들과 대화하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70대 B 씨와 C 씨의 목소리를 듣고 집에서 비타민 음료수를 꺼내와 건넸다. 두 사람은 이를 마셨는데, B 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C 씨는 곧바로 속이 답답하다며 화장실로 가 구토를 했다.

이를 본 또 다른 이웃이 C 씨가 마신 음료수병을 들고 근처 약국으로 가져가 약사에게 보여줬다. 약사는 "마시면 안 되는 것"이라며 경고했다. 곧바로 119 구급대가 출동해 C 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C 씨는 결국 치료 중 사망했다.

조사 결과 A 씨가 C 씨에게 건넨 병엔 ‘식용 빙초산’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시각장애를 가진 A 씨가 빙초산을 비타민 음료로 착각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시각장애인으로서 글씨를 읽을 수 없고 색깔 구분도 불가능하며, 눈앞에 움직임이 없으면 사물 구별조차 어렵기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시각장애인이더라도 남에게 음식물을 건넬 때는 독극물이 아닌지 확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 씨가 비타민 음료와 빙초산 병의 촉감 차이를 통해 두 병을 구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타민 음료수병은 매끈한 데 반해 빙초산 병엔 주름이 있어 촉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용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자신이 받은 병의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점, 유족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의 나이가 있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