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음주사고 16일 만에...문재인 전 대통령이 올린 게시물
2024-10-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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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품은 학교서 배운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SNS 활동을 재개했다. 딸 문다혜 씨의 음주운전 논란이 불거진 지 16일 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을 소개했다.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주완 기자가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어른 김장하 선생의 베풂의 삶을 취재한 이야기"라며 "김장하 선생은 가난 때문에 고교 진학을 못하고 어린 나이에 한약방 점원으로 취업해, 독학 끝에 만 18세 때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수입 대부분을 그때그때 지역사회에 나누고 베풀었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의 병든 이들에게서 거둔 수입을 자신이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생의 철학이었다"며 "처음엔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신처럼 못 배우지 말라고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설립했고, 지역의 명문학교로 성장하자 100억 원 대의 학교를 국가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액 규모로야 더 많이 기부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만큼 평생 동안 일상적으로 많은 분야에 진심을 다해 베푼 이는 보지 못했다"며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오?' 이 한마디에 선생의 인품이 함축되어 있다"고 했다.
끝으로 문 전 대통령은 "인품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라면서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에 이런 어른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새 게시물이 업로드된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한편, 다혜 씨는 지난 5일 새벽 2시 51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9%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차선을 변경하던 중 뒤따라오던 택시와 충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용산 경찰서에 출석해 음주 운전 혐의 조사를 받은 다혜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거듭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하 문재인 전 대통령 SNS 글 전문.
《줬으면 그만이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김주완 기자가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어른 김장하 선생의 베풂의 삶을 취재한 이야기입니다. ‘2023년 경남의 책’으로 선정됐습니다. MBC경남이 공동취재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2023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지역방송국 프로그램 최초로 ‘TV부문 교양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책도 다큐멘터리도, 김장하라는 인물의 삶과 인품이 큰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책과 다큐멘터리를 함께 봐도 좋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가난 때문에 고교 진학을 못하고 어린 나이에 한약방 점원으로 취업해, 독학 끝에 만 18세 때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수입 대부분을 그때그때 지역사회에 나누고 베풀었습니다.
세상의 병든 이들에게서 거둔 수입을 자신이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선생의 철학이었습니다. 처음엔 가난한 아이들에게 자신처럼 못 배우지 말라고 장학금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고등학교를 설립했고, 지역의 명문학교로 성장하자 100억 원 대의 학교를 국가에 기부했습니다. 또한 시민신문 지원, 환경․노동․여성․인권 등 시민운동 후원, 문화예술활동 지원과 문화재단 설립, 형평운동 주도, 남명학 연구를 위한 거액의 대학 기부 등 그의 베풂은 진주지역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쳤습니다. 금액 규모로야 더 많이 기부한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만큼 평생 동안 일상적으로 많은 분야에 진심을 다해 베푼 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생은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않고 감추었습니다. 칭찬조차 바라지 않은 베풂.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오?” 이 한마디에 선생의 인품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선생은 중학교만 나왔지만,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독서의 힘이 그를 한약업사가 되게 했고, 베풂의 철학과 겸손한 인품, 사회문제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배운 게 없으니 책이라도 읽을 수밖에.” 선생이 말하는 책을 읽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품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에 이런 어른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