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돌다가 119 신고 7시간 만에... 비극적인 일 벌어졌다

2024-10-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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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어디에다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나” 분통

119 구급대 자료 사진. / 뉴스1
119 구급대 자료 사진. / 뉴스1
복통을 호소하던 50대 남성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119에 신고한 지 7시간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경향신문이 16일 인터넷판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경남 거제시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박동원(가명·54) 씨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자세히 전했다.

지난달 5일. 퇴근길에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한 박 씨는 동료 차로 A 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통제를 맞았다. 병원은 CT, 엑스레이 촬영, 피검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박 씨 상태는 급격히 악화했다. 딸 이슬(가명·25) 씨는 A 병원에 다시 연락해 진통제 부작용 가능성을 물었다. 병원은 직접 와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 날 오전 3시 이슬 씨는 119를 불렀다. 박 씨를 받아줄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A 병원을 포함해 거제, 진주, 부산, 창원 일대 약 10곳의 병원에 이송 요청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약 1시간 동안 병원을 찾아 헤맸지만 박 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구급대는 “응급실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병원 이송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전 4시 30분이 돼서야 B 병원으로부터 진통제를 투여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B 병원에서 급성 복막염 진단을 받았다. 수술할 수 없었다. 수술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B 병원 응급과장이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으려고 70분간 여러 병원에 연락을 취했지만 의사가 없단 답변만 돌아왔다. 그 사이 박 씨 상태는 급격히 악화했다. 혈압이 떨어지고 폐렴 증상까지 나타났다.

오전 8시 부산 C 병원이 수술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 씨는 사설 구급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했다. 이송 중 박 씨 의식은 점차 희미해졌다. 부산에 도착해 오전 10시 30분에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여러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박 씨는 이틀 뒤 중환자실에서 끝내 사망했다.

유족들은 시간을 허비한 끝에 수술을 받게 돼 아쉽다는 말을 집도의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이슬 씨는 아버지가 응급실 뺑뺑이로 시간을 허비한 끝에 의식을 잃었다면서 억울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