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도 안 했는데 왜... '임산부 배지' 달고 다니는 여자들 (이유)

여러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산부 배지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중고제품 거래 플랫폼에선 3만 원에 거래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심담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할인 혜택과 우선 입장 제도를 도입한 뒤 이런 거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 우대 혜택을 두고 논란이 일자 성심당은 임산부 확인 방식을 임산부 배지에서 임신 확인서나 산모 수첩 등으로 변경했다.

임산부 배지는 임산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좌석을 배려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임산부 먼저’라는 문구가 새긴 가방 고리형 배지다. 보건소, 지하철 고객안전센터가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정부24 홈페이지에 신청해 우편으로 받을 수 있다.

일부 식당과 카페는 임산부 배지 착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배지를 거래하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임산부 배지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정작 필요한 임산부가 배지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실제로 임산부로 등록했음에도 배지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이 임산부 커뮤니티에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덴 이유가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임산부 배지를 1년에 한 번만 일괄적으로 제작한다. 한 번 제작해 1년 동안 배포하기에 부족분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임산부 배지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을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임산부 배지 관리 주체는 보건복지부, 인구보건복지협회,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 기관이 임산부 배지의 재발급이나 회수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까닭에 악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임산부인 척하며 할인 혜택을 받으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체에 금전 피해를 끼친 것으로 간주돼 기망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