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에게 살해당한 여성 “문앞에서 3시간째야, 살려줘” 어머니에게 문자메시지 (부산)

2024-10-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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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물 내리면 내가 안에 있는 걸 들킬까봐 화장실도 못 갔어”

가해자가 피해자 집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피해자가 찍은 영상을 유족이 MBC에 제공했다. /     MBC 뉴스
가해자가 피해자 집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피해자가 찍은 영상을 유족이 MBC에 제공했다. / MBC 뉴스
가해자가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 /      MBC 뉴스
가해자가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 / MBC 뉴스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극단 선택을 시도한 남성이 사건 발생 전에도 수개월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엔 세 시간째 가해자가 집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면서 어머니에게 살려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김 모 씨는 지난달 3일 오후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20대 여성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범행 후 극단 선택을 시도했다.

전날 MBC 보도에 따르면 30대인 김 씨는 B 씨와 교제 중 지속적으로 폭력과 스토킹을 저질렀다. B 씨는 사건 이전에도 세 차례에 걸쳐 김 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김 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특히 김 씨는 조사받는 동안에도 스토킹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과 직장을 찾아가며 협박과 폭행을 일삼았고, 피해자는 김 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극심한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 3월 새벽 시간에 김 씨는 B 씨 집 초인종을 쉴 새 없이 누르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B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비밀번호를 누르려고 했다. 이런 행위를 세 시간째 지속했다. 겁에 질린 B 씨는 "5시부터 문 앞에서 아직 안 가고 있어. 경찰 부를까 말까. 세 시간째야. 나 좀 살려줘"라는 문자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냈다. B 씨는 김 씨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진 못했다.

피해자가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MBC가 재구성했다. /      MBC 뉴스 영상 캡처
피해자가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MBC가 재구성했다. / MBC 뉴스 영상 캡처

김 씨의 스토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심해졌다. 그는 피해자에게 끊임없이 욕설과 협박을 퍼부었고 급기야 폭행까지 가했다. 김 씨가 B 씨 목을 잡고 끌고 가 블랙박스가 없는 곳에서 폭행했다고 가족은 전했다. 피해 여성은 결국 참다 못해 이날 112에 처음으로 신고했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김 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서 B 씨 집과 직장을 찾아가는 등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유족에 따르면 B씨는 어머니에게 "엄마, 나 화장실도 못 갔어. 물 내리는 소리 때문에 내가 안에 있다는 게 발각될까 봐. 엄마, 나 죽는 줄 알았어"라고 말하며 공포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게 피해자는 사건 발생 전 최소 6개월 동안 김 씨의 교제 폭력과 스토킹에 시달려야 했다.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 씨는 현재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