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큰 화제 불러일으킨 87세 할매 래퍼, 말기 암 투병 사실 뒤늦게 알려져
2024-10-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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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림프종 혈액암 3기 진단받은 할매 래퍼
칠곡 할머니 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의 서무석(87) 할머니가 말기 암 투병 중에도 래퍼 활동을 이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13일 경북 칠곡군 등에 따르면 서 할머니는 올해 초 림프종 혈액암 3기 진단을 받았으나, 이를 가족 이외에는 철저히 숨긴 채 무대에 서며 마지막까지 열정을 다했다.
서 할머니는 암 진단 당시 의사로부터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 더 이상 '수니와칠공주'에서 활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에 가족 외에는 알리지 않았다.
암이 폐로 전이되는 상황에서도 서 할머니는 매주 경로당에서 연습을 빠지지 않고 참석하며 랩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서 할머니는 "랩을 하는 동안 너무 행복해 암 투병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4일 한글날 기념 광화문 공연에서 세계적 비보이 그룹 '엠비크루'와 함께 무대에 섰던 서 할머니는 다양한 방송과 정책 홍보 영상에도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6일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폐로 전이된 암으로 인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 빠졌다.
서 할머니의 딸 전경숙(65) 씨는 어머니의 래퍼 활동에 대해 "처음에는 건강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랩을 하며 너무 기뻐하시고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막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랩을 통해 느끼셨고, 그 행복 덕분에 시한부 판정을 넘기고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고 전했다.
수니와칠공주는 경북 칠곡군의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 8명이 성인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후 결성된 랩 그룹으로 지난해 8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K-할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광고와 정책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칠곡군수 김재욱은 "서무석 어르신은 암 투병 중에도 끝까지 열정을 불태우며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줬다"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수니와칠공주로 복귀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