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야시장서 중국인 남성 상의 벗고 배회…“한국에서 왜 이러는지”
2024-10-10 17:00
add remove print link
제주도 야시장의 중국인 관광객 상반신 노출 사건
제주도의 한 야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건은 지난 6일 제주 맘카페에 올라온 '수목원 야시장 방문 충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알려졌다. 글 작성자는 "중국인인 것 같았다"며 "야시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라고 전했다.
중국어로 '광방즈(光膀子)'란 웃통을 벗고 상반신을 드러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여름철에 자주 보이며, 밤낮과 장소 구별 없이 더우면 몸을 식히기 위해 벗는다. 광방즈를 하는 남성을 '방예(膀爺)'라고 한다. 방예는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길거리나 공원에서 상의를 벗고 상치(중국식 장기)를 두거나 수다 떠는 모습은 방예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상의를 다 벗는 대신 옷의 밑 부분을 돌돌 말아 명치까지 올려 배만 드러내기도 한다. 서구 언론은 이 모습을 두고 여성 비키니 수영복에 빗대 '베이징 비키니'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 남성들이 웃통을 벗는 문화의 기원은 다원적이고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가장 쉽고 원초적인 방법이다. 한자인 '배 복(腹)'과 '복 복(福)'의 발음이 같아 배를 내놓고 다니면 복이 온다는 미신도 하나의 요인이다. 배꼽을 노출하면 내부 장기 주변의 기(氣) 배출에 도움이 된다는 중국 전통 의학에 기반한 주장도 있다.
중국 역사에서는 남성의 '기개'와 연결 짓기도 한다. 중국 고금의 서예가 왕희지의 일화가 유명하다. 진나라 태부 치감은 재상 왕도의 아들들 가운데 딸의 사윗감을 물색했다. 위엄을 보이려 애쓰는 형제들과 달리 왕희지는 침상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누가 왔는지 신경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배 위에 글씨 연습을 했다. 치감은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왕희지를 사위로 선택했다.
중국인의 짙은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 한다. 국가별 개인주의를 비교·분석한 '중국, 일본, 한국, 네덜란드의 개인주의 감성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독자 행동'과 '자신의 의지' 항목에 대해 가장 많이 동의했다. 중국인들은 개인의 기호가 외부의 기준이나 흐름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적다.
또 중국에는 '사불관기 고고괘기(事不關己, 高高掛起)'란 말이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은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란 뜻이다. 중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웨이칸(圍看) 문화는 이러한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웨이칸은 한마디로 '구경꾼 습성'이다. 누군가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해도, 다리 위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해도 말리지 않고 그저 구경만 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국내 언론에서도 몇 차례 보도된 적이 있다.
최근 불거진 국내 중국인 관광객의 길거리 배변 행위, 실내 금연 구역에서의 흡연 행위 등 무질서한 행동들은 이러한 경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단 중국 대도시에서는 방예가 많이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톈진 등 일부 지방정부는 벌금을 물려가며 방예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도시 밖에는 여전히 방예 문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