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졸음운전 사고인 줄 알았더니…피해자는 무면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졸음운전 중인 시내버스에 부딪힌 피해자로 알려졌던 승용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무면허 운전과 범인도피 사실이 적발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배진호 부장판사는 치상 혐의로 기소된 시내버스 기사 A 시에게 금고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또한 무면허 운전과 치상 혐의, 범인도피 혐의로 각각 기소된 피해 승용차 운전자 B 씨와 동승자 C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0일 오전 10시 39분쯤 A 씨는 부산 부산진구 한 교차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며 시내버스를 몰다가 승용차와 화물차를 잇달아 추돌하고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6명과 승용차에 타고 있던 B·C 씨, 화물차 운전자 등 9명이 다쳤다.

A 씨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단순 추돌사고로 보이던 이 사고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 승용차의 운전자 바꿔치기 사실이 드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고 당시 실제 운전자는 B 씨였으나, 연인 사이였던 C 씨는 그가 무면허인 점을 알고 이를 숨겨주기 위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경찰에 거짓으로 진술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추후 들통났고, 두 사람은 재판에 넘겨졌다.

배 판사는 B 씨에게 "무면허·음주운전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고 202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받고도 재범한 것은 물론 수사 초기 운전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사고 현장과 조서 작성 과정에서 허위로 진술해 수사에 혼선을 준 범인도피로 죄질이 좋지 않지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배 판사는 A 씨에게는 "대중이 이용하는 시내버스 운전사로서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졸음운전으로 큰 인적·물적 피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