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엔 정몽규 회장 연임 저지할 권한 없는데... 유인촌 장관 폭탄 발언 이유
2024-10-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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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권한 활용해 정몽규 연임 차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연임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2020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최근 4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문제는 문체부엔 체육 종목 단체장 인준(승인) 권한이 없단 점이다. 그럼에도 유 장관이 정 회장 연임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이유가 뭘까.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체육 종목 단체장의 인준은 체육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지 문체부 장관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실제로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 22조 7항은 "회원종목단체 회장은 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종목 단체장이 체육회 권한 아래 있음을 분명히 하는 규정이다.
그러나 유 장관은 국감에서 "시정 명령을 내릴 것이며, 그것도 안 되면 승인을 불허하겠다"라고 답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 감독 권한을 행사해 정 회장의 4선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문체부가 직접적인 인준 권한은 없지만 감독 권한을 활용해 정 회장의 연임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 장관 발언은 축구협회 내에서 벌어진 여러 논란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 7월부터 축구협회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문체부는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공정한 절차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부분이 확인됐다고 문체부는 발표했다. 이는 정 회장 책임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정 회장의 4연임 반대와 함께 홍 감독 선임 절차 역시 유 장관이 강경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다. 유 장관은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해 "절차가 불공정했다면 다시 공정하게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며 재선임 절차를 요구했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가 축구협회에 대한 추가 조치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유 장관 입장에 대한 국제적 시선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협회에 외부 간섭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축구협회 독립성을 강조했다. FIFA는 축구협회가 제3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장관은 이에 대해 "FIFA의 공문은 의례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부 개입이 FIFA 규정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유 장관의 강경한 입장은 축구협회의 내부 관리와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