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 읽는다고 체벌에 공개 망신당해 숨진 중학생… 선생님 처벌 어떻게

2024-10-0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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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서적 학대한 교사 유죄”

텅 빈 교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텅 빈 교실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교내 자습 시간에 일본 소설을 읽은 학생을 동급생들 앞에서 꾸짖고 체벌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중학교 교사에게 징역형인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학교 교사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경북 포항의 한 중학교에서 도덕 교사로 근무하던 A 씨는 2019년 3월 3학년 수업 중 학생들에게 독서 등 자율학습을 지시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B 군이 읽던 책을 보고는 “이거 야한 책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B 군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책 아닙니다”라고 해명했지만, A 씨는 B 군을 교실 앞으로 불러 수업이 끝날 때까지 20분간 ‘엎드려뻗쳐’를 시켰다. 학우들에게 B 군이 읽던 책을 주고는 “야한 거 나오는지 체크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B 군이 읽던 책은 중·고교생이 흔히 접할 수 있는 ‘라이트노벨’ 종류의 소설이었다. 라이트노벨은 일본의 장르 문학 일종으로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을 담아 청소년이 많이 읽는다. 해당 책에는 일부 에니메이션풍 삽화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성적인 내용은 없었다.

A 씨의 체벌 직후 진행된 체육시간에 B 군은 교실에 남아 ‘A 씨 때문에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숨졌다. 이에 B 군 부모가 학교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1심 법원은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A 씨가 평소에 B 군을 비롯해 학생들을 학대한 적이 없었고 괴롭힐 의도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A 씨가 ‘원심의 형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A 씨의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가 맞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