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아들 숨지게 한 가해 학생 용서한 참빛그룹 이대봉 회장 별세…향년 83세
2024-10-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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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 회장은 생전에 학교 폭력으로 아들을 숨지게 한 가해 학생을 용서한 일화로 세상에 깊은 울림을 줬다.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세상을 떠났다.
이대봉 회장은 1941년 12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고교 1학년 때 집안 형편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신문 배달, 부두 하역 일을 거쳐 서울 용두동에서 고물 장사를 했다.
이후 어렵게 모은 돈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참빛가스산업, 참빛동아산업 여러 계열사를 운영했다. 한국항공화물협회 회장도 지냈다.
고인이 1988년 장학회를 세우고 2010년 학교를 인수하는 등 교육에 관심을 돌린 배경에는 1987년 당시 서울예고 2학년이었던 막내아들 이대웅 군이 학교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 때문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2021년 3월 방송된 EBS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에 출연해 아들을 숨지게 한 학폭 가해자(서울예고 상급생)를 용서한 사연을 밝혔다.
당시 이 회장은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성악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다 보니까 시기와 질투를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고 한밤중에 아들에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고인은 지난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학교를 다 부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직원들이 학교로 몰려가 항의하는 바람에 교장 선생님이 도망갈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인은 아들을 숨지게 한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을 용서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EBS에 출연했을 때 "비행기 타고 14시간 타고 서울 가는 와중에 '저 아버지가 혹독하고 돈밖에 모르니까 하느님이 데리고 가셨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야겠다 했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막상 영안실에 평안하게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눈물만 났다. 내 죄와 업보가 많아 이렇게 된 건가 싶고. 복수를 한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난동을 피우면 아버지가 저러니 아들이 벌을 받았다 할 것 같다. 내가 가톨릭 신자인데 아들을 위해서라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 말씀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당시 가해 학생을 용서해달라며 직접 구명운동에 나섰다.
고인은 EBS에 출연했을 때 "검사에게 (아들의 일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하느님의 계명으로 생각하고 용서하겠다고 했다. 경력 20여 년 검사가 자기 자식을 해친 사람을 용서한 사람은 세계에도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고인은 또 가해자에겐 "우리 아들을 기억해달라. 절대 찾아오지 말라"라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그 애를 보면 혹시라도 내가 무너질까 봐서"라는 게 이유였다.
고인은 EBS에 출연했을 때 가해 학생을 용서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냐는 질문에 "후회한 적은 없다. 서로서로 용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은 1988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했고 지난해까지 35년 동안 3만여 명의 학생들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0년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장이 됐다. 지난해 서울 평창동에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