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끄라톤 한반도 쪽으로...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은?
2024-09-30 10:12
add remove print link
“열대저압부로 바뀌어 한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 크다” 전망
18호 태풍 끄라톤이 열대저압부로 바뀌어 한국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왔다. 반기성 YTN 재난자문 위원(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이 30일 YTN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처럼 내다봤다.
반 위원은 인터뷰에서 "현재 태풍 끄라톤은 마닐라 북쪽 630km 해상에 위치해 있으며,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43m로 매우 강한 태풍이다"라며 "태풍이 북상하면서 타이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더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당 해역의 해수 온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3일 사이 태풍이 타이완 남해안을 따라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이지만, 육지와 충돌하면서 세력이 약화될 것이다. 이후 동중국해로 빠져나올 때 이 해역의 해수 온도가 낮아 태풍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로서는 오는 5일 오전 3시쯤 태풍이 타이완과 제주도 중간 정도 위치할 것으로 보이며, 타이베이 북동쪽 600km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태풍의 중심 최대 풍속은 초속 27m로 ‘중’ 정도의 강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하며 "강풍 반경은 약 290km에 달하며 북상하면서 태풍의 세력은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반 위원은 ‘태풍이 좀 느리게 이동할수록 뜨거워진 바다로부터 에너지를 더 많이 채운다고 알고 있는데 태풍 끄라톤의 경우 지금 시속 4km 정도, 그러니까 사람이 걷는 수준으로 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좀 우려할 점은 없을까’란 물음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답했다.
“현재는 태풍이 북상하면서 타이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30일)은 강한 태풍이지만, 내일(10월 1일)은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이 발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태풍의 이동속도가 느릴 때입니다. 태풍이 느리게 이동할 때는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태풍이 강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해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태풍이 느리게 이동하면 50m에서 100m 아래에 있는 해수면의 물을 끌어올리는 '용승'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끌어올린 물이 차가우면 태풍은 약해지지만, 현재 태풍이 진행 중인 타이완 남쪽 해상은 50m에서 100m 아래까지 물이 매우 따뜻합니다. 그래서 해양 에너지가 풍부해 태풍이 오히려 발달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오늘부터 북상하면서 내일은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해수면 아래의 물이 차가울 경우, 용승 현상으로 인해 태풍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태풍이 타이완과 충돌한 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속도는 빨라질 것입니다. 그래도 가을 태풍보다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완을 지나면서 해수 온도도 낮아지고, 용승 현상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태풍이 우리나라에 접근할 때는 태풍보다는 열대저압부로 변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풍이 한국에 접근하기 전에 그 세력이 약해져 태풍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열대저압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태풍은 강력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열대성 폭풍이다. 태풍이 약해지면 중심기압이 높아지고 강한 바람이 줄어든다. 이때 태풍이 열대저압부 단계로 바뀐다. 열대저압부는 여전히 저기압 상태이지만 태풍만큼 강력하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 즉 한국에 도달할 때는 태풍보다는 약한 기상 현상인 열대저압부로 변해 그 영향도 줄어들 것이라고 반 위원은 예측한 셈이다.
반 위원은 끄라톤의 진로 중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상황 중 최악과 최선의 진로도 짚었다.
“현재 각국은 태풍 진로에 대해 5일 예보를 합니다. 따라서 현재는 타이완과 제주도 중간 정도까지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의 경로는 여러 모델을 참고해야 합니다. 10일 예보를 제공하는 모델들을 보면, 현재 한국 기상청이 운영하는 모델, 영국형 모델인 UM, 미국 기상청의 NCEP 세 가지 주요 모델이 태풍이 한국 남부 지역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고 있어 태풍이 중국으로 향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모델이 타이완을 거쳐 한반도로 이동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을 따르고 있으며, 세 가지 주요 모델 모두 태풍이 남부 지방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때도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약해져 통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 중기 예보센터(ECMWF)는 태풍이 남해안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GFS, 독일 기상청의 CMC 모델은 먼 남해안을 따라 지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모델들에 따르면, 태풍은 8일쯤 중국 서해안에 상륙했다가 8일에 내려오는 찬 공기에 밀려 남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1일에 찬 공기가 내려와 2일과 3일 정도 영향을 미치고, 4일에 찬 공기가 약해지는 시점이 태풍 경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주요 모델들(KIM, UM 등)이 태풍이 남해안에서 남부 지방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변동성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제트기류의 이동, 북쪽 찬 공기의 남하 정도, 남쪽 고기압의 세력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상청의 태풍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셔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반 위원 인터뷰에 따르면 여러 기상 모델은 태풍이 남부 지방을 통과할 때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즉 태풍이 한국에 도달하기 전 그 세력이 약화돼 바람과 비가 줄어들고 큰 피해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있다.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기에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강력한 태풍이 아닌 열대저압부 상태로 남부 지방을 통과하게 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약화되지 않고,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남부 지방을 통과할 경우가 최악의 상황이다. 현재 여러 모델들이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충분히 태풍을 약화시키지 못하고, 남쪽 고기압이 태풍을 더 밀어 올린다면, 강한 상태의 태풍이 한국 남부 지방을 직접 통과할 수 있다. 이 경우 강한 바람과 폭우로 인해 홍수, 산사태, 해안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반 위원으로선 태풍이 열대저압부로 약화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최선이고 강한 상태로 남부 지방을 강타하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설명한 셈이다.
반 위원은 이번 주 한반도 날씨에 대해선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랭전선과 끄라톤의 영향으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달 1일 날씨에 대해선 “북쪽에서 한랭전선이 내려오며 전국적으로 짧은 비가 예보돼 있다. 경기 북부는 오전 6~9시, 서울과 수도권, 강원 영서는 오전 9시~낮 12시, 충청 지역은 낮 12~오후 3시, 전라 지방은 오후 3~6시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상 남부 지역은 비가 없고 흐린 날씨만 예상된다. 이번 비는 빠르게 지나가면서 예상 강수량은 5~10mm 정도로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 온도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밤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 온도는 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반 위원은 밝혔다.
다음 달 2일엔 기온이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5~10도 이상 기온이 떨어지며 평년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다음 달 3일엔 기온이 다시 회복되어 평년 기온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3일 이후 날씨는 끄라톤의 진로에 따라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 위원은 밝혔다. 그는 끄라톤의 전반부에서 만들어진 비구름대의 영향으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 위원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주말까지는 끄라톤의 경로에 따라 날씨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끄라톤이 남부 지방에 상륙한다면 주말에 비가 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남부 지방에선 호우 가능성이 크다. 반 자문 위원은 "남부 지방은 지난번 태풍 '풀라산'이 상륙했을 때처럼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기에 제주도, 남해안, 동해안 등 남부 지방은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