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포토] 뮤지엄 산,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건축 명소

2024-09-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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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
공간이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원주시 판부면에 자리한 뮤지엄 산(Museum SAN)은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니멀한 콘크리트 건축물로, 2013년 5월에 개관했다. 이 공간은 SAN(Space Art Nature)이라는 이름처럼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가을철 느린 걸음으로 전시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은 더욱 특별하다.

플라워 가든의 붉은색 조형물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이 작품은 새를 형상화한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이다. / 연합뉴스
플라워 가든의 붉은색 조형물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 이 작품은 새를 형상화한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이다. / 연합뉴스

주차장을 지나 안내 데스크를 거치면 플라워 가든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약 80만 주의 패랭이꽃으로 가득 차 있으며, 여름철에는 진분홍 꽃이 화려하게 만개한다. 현재는 꽃이 듬성듬성 남아 있지만, 여전히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패랭이꽃밭 위에는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For Gerald Manley Hopkins’가 놓여 있는데, 높이 15미터의 붉은 조각이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현재 이 작품은 수리에 들어가 2025년에 다시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잇는 자작나무 숲 입구 / 이범희 기자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잇는 자작나무 숲 입구 / 이범희 기자

플라워가든을 지나면 약 180그루의 하얀 자작나무가 길을 따라 펼쳐진다. 이 자작나무들은 공간을 구분짓는 경계선 역할을 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와 본관 / 이범희 기자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와 본관 / 이범희 기자

이때 워터가든과 뮤지엄 본관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온다. 연못 중앙에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가 비스듬히 솟아 있어 아치 형태를 이룬다. 이 작품 아래를 지나 본관으로 향한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의 뒷모습 / 이범희 기자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의 뒷모습 / 이범희 기자

워터가든은 본관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명한 물 속에는 충남 서산의 해미석이 깔려 있어, 뮤지엄 벽면의 음영을 아름답게 비춘다. 이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으로, 물을 거울처럼 활용해 건물의 미를 강조하고 있다.

페이퍼 갤러리 전시장 / 이범희 기자
페이퍼 갤러리 전시장 / 이범희 기자

뮤지엄 본관은 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로 나뉜다. 페이퍼 갤러리는 한솔그룹의 한솔종이박물관을 확장한 개념으로, ‘지’라는 음을 가진 네 가지 한자를 주제로 구성됐다. ‘紙’는 종이의 역사, ‘持’는 종이 공예품과 장신구, ‘志’는 문화재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등을 전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至’는 설치 작품 ‘The Breeze’ 등을 선보이고 있다.

판화 공방에서는 판화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엽서에 적힌 내용을 원하는 주소로 발송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청조 갤러리는 장욱진, 박수근, 이중섭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원주 뮤지엄 산의 백남준관에 설치된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높이 4m, 무게 1톤에 달하는 청동 조각이다 / 이범희 기자
원주 뮤지엄 산의 백남준관에 설치된 우고 론디노네의 조각.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높이 4m, 무게 1톤에 달하는 청동 조각이다 / 이범희 기자

최근 이곳에서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BURN TO SHINE’이 개최됐다.

개막에 맞춰 내한한 우고 론디노네는 지난 4월 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자연을 볼 수 있고, 도시의 소음이 없는 뮤지엄 산같은 곳에서 작품전을 여는 것은 작가로서 매우 이상적인 일"이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작업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30여 년 작품 활동을 통해 성찰한 삶과 자연,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약 12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당초 지난 4월 6일 개막한 이 전시는 원래 지난 18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오는 12월 1일까지 연장됐다.

뮤지엄산의 이동통로 / 한국관광공사
뮤지엄산의 이동통로 / 한국관광공사

안도 다다오가 뮤지엄 산에서 추구한 미적 가치는 이동 통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노출 콘크리트가 등장하며 자연광이 스며들어 조명과 장식 역할을 한다. 또 유리벽 설치로 갑갑함을 피하고, 빛이 벽에 산란해 율동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여행객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벽면의 모서리를 살짝 깎아낸 배려도 백미다.

삼각 코트 / 이범희 기자
삼각 코트 / 이범희 기자

창조갤러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삼각코트는 안도 다다오에 의해 기획된 무(無)의 공간이자 사람(人)을 상징하여 ㅁ의 대지와 ㅇ의 하늘을 연결해주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의 삼각형 공간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과 단절된 듯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파피루스 온실은 건축적으로는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사각형 공간이자 대지를 상징하는 일종의 중정(中庭)으로서 실내에서 마주하게 되는 실외공간이다. 이로서 빛, 바람, 눈 등 계절이 전해주는 시간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스톤가든 / 이범희 기자
스톤가든 / 이범희 기자

본관을 나서면 스톤가든이 펼쳐진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이 정원은 9개의 스톤마운드로 구성돼 있으며, 귀래석과 사고석으로 장식됐다. 이곳에서도 여러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청조갤러리로 넘어가는 길목의 카페 테라스 / 이범희 기자
청조갤러리로 넘어가는 길목의 카페 테라스 / 이범희 기자

카페 테라스는 페이퍼 갤러리와 청조 갤러리 사이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카페로, 실내외를 연결하는 아늑한 쉼터다. 특히 야외 테라스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임스 터렐의 ‘호라이즌’ /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임스 터렐의 ‘호라이즌’ / 한국관광공사 제공

마지막으로 제임스 터렐의 상설관은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로, 빛의 마술을 통해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이 총 4점 있는데, 한 장소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