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정몽규 다 보고 있는데…'축협 저격수' 박주호의 추가 폭로

2024-09-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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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폭로해 축구협회와 갈등 빚었던 박주호

대한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을 폭로해 협회 측과 갈등을 빚었던 박주호가 홍명보 감독 선임을 둘러싼 의혹에 직접 입을 열었다.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24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현안 질의에는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질문에 답했다.

이날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 홍 감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렇게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박주호 전 위원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박주호 전 위원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캐나다 축구대표팀 제시 마쉬 감독을 언급하며 "투표가 아닌 순위를 정해서 제시 마쉬 감독이 왜 1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었고 동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하지만 10차, 11차 회의에서는 빨리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복수 투표로 진행했다"며 "저는 투표로 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위임을 통해서 위원장님만 책임을 지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모두가 같은 마음(감독)을 같이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홍명보 감독과 악수 나누는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과 악수 나누는 박주호 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과 바그너 감독이 동일 표를 받았는데, 홍명보 감독을 최종적으로 선임한 결정권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전력강화위) 회의 때도 제가 얘기했던 건 이건 각자 좋아하는 감독을 뽑는 것이지, 1순위가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은 아니었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측에서 밝힌 제시 마쉬 감독과의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주호 전 위원은 "마쉬 감독과 연봉, 세금 등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는데, 나는 협상 과정에 들어가지 않아서 자세하게 알 수 없다"면서도 "마쉬 감독과 이야기했을 때 돈은 중요하지 않고, 한국 축구의 발전과 자신의 명예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브리핑할 때 국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고, 굉장히 혼란스러웠다"며 감독 선임 과정에 내부적으로 혼선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만난 박주호와 홍명보 / 뉴스1
국회에서 만난 박주호와 홍명보 / 뉴스1

한편 박주호 전 위원은 지난 7월 홍명보 감독 선임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으로서 약 5개월간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하며 겪었던 부조리를 폭로했다.

그는 "회의 시작 전부터 ‘국내 감독이 낫지 않느냐’는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외국인 감독을 추천한 자신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묵살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주호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제시 마쉬 캐나다 축구대표팀 감독과 명장 토마스 투헬 감독의 오른팔인 졸트 뢰브 수석 코치 등을 후보로 추천했었지만 결국 무산됐다고도 전했다.

홍 감독 내정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한 박주호는 "(홍명보가 될지) 정말 몰랐다"며 "내부에 국내 감독을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홍 감독이 높은 순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결정은 협회에서 했다. 전력강화위는 앞으로도 필요가 없다. 5개월 동안 뭘 했나 싶다. 허무하다"고 비판했다.

박주호의 폭로로 파장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 측은 박주호가 비밀 유지 서약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대응을 철회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