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에 미안” 정몽규 회장이 국회에 직접 제출한 '6페이지' 입장문 공개

2024-09-2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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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과 논란 해명하는 내용의 입장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6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가운데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오른쪽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 뉴스1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가운데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오른쪽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 뉴스1

24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전체 회의에 앞서 여야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작성한 입장문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정 회장은 이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해 국회에서 직접 설명을 드리게 된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그동안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우리 사회의 논란과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협회가 감독 선임 건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다 밝히고 상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은 어떤 음모를 꾸미거나 실상을 감추기 위해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며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라고 했다.

또 "(감독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한 이유는)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 가운데 하나인 대표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 자체도 충분히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앞으로도 좋은 분들을 대표팀 감독으로 모셔 오기 위해서는 앞선 협상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됐거나 제외된 분들의 프라이버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선발하지 않은 지원자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며 "이런 상황은 외국인 지도자뿐 아니라 국내 지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후보들에 대한 논의 과정이 이렇게 속속들이 다 알려지고 공공연히 논의되면 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측면은 있겠지만 결코 건설적인 과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이런 지난한 논의 과정을 통해 선임된 홍명보 감독에게는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라며 "선임 과정의 문제가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감독을 찾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믿고 있다"라고 홍 감독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제가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금의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전의 기술위원회 추천에 반해 뽑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라며 "제 임기 중 대표팀을 지휘했던 감독들 선임 과정은 모두 그랬다고 누구에게라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결백을 강조했다.

축협은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발생한 600억 원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사실 등 여러 논란과 의혹에 휩싸여 왔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 중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현안 질의에서 답변 중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연합뉴스

정 회장은 이날 질의 시작부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문체위에서 요구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홍 감독의 계약 기간과 연봉, 이전 감독의 계약 기간과 연봉, 후보군에게 제시한 연봉 등이 전혀 제출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국민적 관심사고 염려, 분노까지 일어나는 상황에서 자료 제출 부분이 너무나 심각하다"라며 "5년 만에 처음으로 의사 진행 발언할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 회장은 "여러 가지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어 변호사와 상의한 후에 자료 제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의원들의 분노에 더욱 불을 지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이 저렇게 대답하는 태도에 대해 따끔한 말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 회장의 태도에 황당해했다. 김 의원은 정 회장을 '황제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국가정보원도 국회 와서 보고하는데 (축협은) 어쩜 이렇게 비밀이 많은가?"라고 비꼬았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