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자연 임신으로 다섯쌍둥이 출산한 부부, 솔직한 심정 밝혔다 (인터뷰)
2024-09-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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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명은 '팡팡레인저'
다섯쌍둥이가 태어나며 세상의 관심을 모은 한 부부가 있다. 경기 동두천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김준영(31)씨와 경기 양주에서 교육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30·여)씨는 자연 임신으로 다섯쌍둥이를 맞이하게 됐다.
다섯쌍둥이가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것은 국내 최초 사례로, 이들 부부는 다섯 명의 생명을 한꺼번에 맞이한 감격과 함께 육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김씨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섯쌍둥이를 처음 확인한 순간을 떠올리며 "아기집이 3~4개 보일 때까지는 좋았으나, 5개가 보이는 순간부터 무게감이 크게 달라졌다"며 당시의 복잡한 감정을 회상했다.
그는 "아기집을 확인한 후 첫 2주 동안 부부가 매일 울었다"고 고백하며, 다섯 명의 아기가 한꺼번에 찾아온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음을 밝혔다.
두 사람은 2016년 대학 연합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나 7년간 교제했으며, 2023년 10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공씨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고 배란유도제를 맞았는데, 첫 치료 이후 바로 다섯쌍둥이가 생겼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임신 5~6주 차쯤이었다. 김씨는 "자녀 계획을 세우는 데 교사로서의 직업적 영향도 있었지만, 한두 명을 생각했을 뿐 다섯 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섯쌍둥이를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사공씨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배 때문에 몸을 가누기 어려워했고, 임신 중 대부분의 기간을 집에서 지내야 했다. 다섯 명의 아기가 태동할 때는 배가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으며, 숨을 쉬기 어려워 밤잠을 설치는 일도 잦았다. 결국 27주 차에 아기들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보통 다태아의 평균 임신 기간이 28주인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짧은 편은 아니었지만 아기들은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한다.
출산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병원 진료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씨 부부는 다섯쌍둥이를 돌볼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다태아 분만 권위자인 전종관 교수가 서울대병원에서 이대 목동 병원으로 옮겨가면서 그곳에서 출산을 결정하게 됐다.
김씨는 전 교수가 선택적 유산을 권하지 않았던 점이 출산 결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건강하지 않은 아기가 자연적으로 유산되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고, 이 말을 들은 후 김씨 부부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결심했다.
다섯쌍둥이의 태명은 '팡팡레인저'로,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다섯 명의 태아에게 각각 그린, 블루, 옐로, 핑크, 레드라는 색상을 붙여줬다. 이제 아이들이 세상에 나왔지만, 정식 이름은 아직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섯쌍둥이를 맞이한 기쁨과 더불어 육아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김씨는 "원래는 아이가 태어나면 교육적으로 잘 키우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막상 다섯 명이 태어나니 그런 계획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자유롭고 재미있게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무엇보다 건강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육아 계획에 대해 김씨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지만, 아기들이 퇴원한 후에는 동두천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공동 육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인큐베이터에서 퇴원할 때까지 매일 면회 갈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육아 과정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