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 경찰이 됐다고 하네요” (전문)

2024-09-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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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징계 가능한지 검토 착수

경찰차 자료사진. / 뉴스1
경찰차 자료사진. / 뉴스1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찰관이 돼 청첩장을 보내왔다는 내용의 폭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경찰이 해당 경찰관을 징계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에 나섰다.

‘학폭 가해자에게 청첩장을 받았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중학교 시절 자신에게 학폭을 가한 가해자로부터 청첩장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갑작스러운 초대로 인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17년 전 강원 강릉시의 한 중학교에서 겪었던 학폭 피해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글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소위 '빵셔틀'을 시키고, 공공연하게 신체적 폭력을 가했으며,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문자 메시지를 마음대로 보내는 등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했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자신에게 극단 선택을 고려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괴롭힘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글쓴이는 중학교 졸업만을 바라보며 힘들게 버텨왔다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가 현직 경찰관이 됐다는 사실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어떻게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글쓴이는 이러한 상황을 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신부 측에 이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현직 경찰관에게 고소를 당했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17년 전만큼 아프지는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폭로 글이 올라온 뒤 글쓴이가 가해자로 지목한 A 경찰관이 소속된 강원경찰청의 내부 게시판과 강릉경찰서 게시판에는 A 경찰관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경찰이 돼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 경찰관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A 경찰관은 언론과의 연합뉴스에 "경찰 조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폭로 글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강원경찰청도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A 경찰관에 대한 직위해제나 징계 처분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찰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 블라인드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찰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 블라인드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찰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 블라인드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가해자로 지목한 경찰관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 블라인드

<피해자가 '학폭 가해자에게 청첩장을 받았습니다란 제목으로 블라인드에 올린 글>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17년 전 중학교 시절 저에게 학교 폭력을 가했던 가해자로부터 결혼식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이 일을 털어놓고자 글을 쓰 게 되었습니다.

가해자는 2006~2007년 강릉 경포중학교 재학 시절 저에게 심각한 학교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하나씩 열거하자면, 저에게 매점 심부름을 시키고(소위 말하는 빵 셔틀),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양말만 신은 발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얼굴을 밟는 등 신체적 폭력을 가했습니다.

수업 시간 중에도 선생님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신 의 명령을 더 우선시하라며 저를 자기 자리로 부르곤 했습니다. 본인 문자 메시지를 아껴야 한다며 제 핸드폰을 빼앗아 문자 메시지를 마음대로 보내거나, 밤마다 요금을 제가 부담하도록 전화를 본인에게 걸게 하고 끊지 못하게 강요하는 등의 괴롭힘도 있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메뚜기 시체와 본인이 뱉은 침을 핥아 먹게도 했습니다. 폭력은 2학년부터 3학년까지 2년 동안 이어졌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야 해방될 수 있었 습니다. 거의 극단 선택 직전까지 갔었으나 중학교 졸업만을 바라보며 그나마 끝까지 참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을 잊고 잘살고 있었는데, 갑작 스러운 초대로 그 시절이 다시 떠오르며 매우 불쾌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왜 본인이 학폭을 가했던 사람을 결혼식에 초대하는지, 본인의 과거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가해자가 현재 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에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대화를 이어가다 중간에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고,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왜 씹냐?'는 메시지가 또 다시 도착했습니다. 이쯤 되니 이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뭔가 충격을 주지 않으면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랬던 것처럼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게도 이런 식으로 폭력을 행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경찰 직위로 미래에 어떤 괴물이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청첩장에 적힌 연락처로 신부 측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별다른 반응은 없었고, 이후 가해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직 경찰관에게 고소를 당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힘들 더라도 17년 전 그때만큼 아프지는 않을 거라 확신합 니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맞서 보려 합니다. 아래는 가해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처본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평안한 추석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