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범죄 피해자란 사실, 가족은 모르게 해주세요” 경찰에 부탁했는데... 황당한 일 벌어졌다

2024-09-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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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은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수사 서류를 가족이 보지 못하게 해달라는 피해자의 요청을 무시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2부(해덕진 김형작 김연화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동일하게 "국가는 A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4월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그는 고소장에 "가족이 이 사건을 알게 돼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관련 서류는 고소대리인의 주소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명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2년 6월 A씨 자택으로 수사결과 통지서를 발송했다.

통지서를 받은 A씨와 그의 가족은 큰 충격을 받았다. A씨는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A씨는 자신과 가족이 겪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국가와 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경찰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은 성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소인 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음에도 A씨가 요청한 송달장소 변경을 간과했다"고 지적하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명확히 했다. 경찰의 부주의로 인해 A씨의 개인정보 통제권과 사생활 비밀이 침해됐으며, 가족이 우편물을 개봉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경찰관 개개인에 대한 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직무를 위법하게 집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만이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지지하며 국가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요청을 무시한 경찰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안겼음을 인정하면서도, 담당 경찰관들이 고의적인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