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 계정으로 로아(로스트아크) 하는 56세 아줌마입니다... 최근 문제가 생겼습니다”

2024-09-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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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호소자 “하루 종일 울고 땅이 꺼지라 한숨만 쉰다”

이하 게임 '로스트아크' / 스마일게이트
이하 게임 '로스트아크' / 스마일게이트

남편 사별 후 남편 계정으로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 삶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는데 게임 회사에서 갑자기 본인이 아니라며 접속을 차단해 버려 괴롭다는 중년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게임 회사에서 표창장이라도 줘야 할 진성 고객인 이 여성에게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반응을 쏟아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에 충남 서천의 로스트아크(로아) 게임하는 56세 아줌마라는 A 씨가 글을 올려 답답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로스트아크는 게임 회사 스마일게이트가 흥행에 성공한 PC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이다.

15개의 클래스(로아에 존재하는 직업군)를 키우고 있다는 그는 "30년 넘게 산 남편이 4년 전 사망한 뒤로 정말 힘들던 차에 남편이 하던 로아가 생각나 접속하게 됐다"며 게임 중독 계기를 밝혔다.

이어 "남편이 죽고 세상과 빠르게 멀어지며 우울증에 극단 생각도 수없이 들었던 저를 버티게 해주고 다시 살아가게 해준 것이 바로 로아다"며 "50세 이후의 제 인생은 그저 로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 씨는 "로아를 켜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할 수 있었다. 배경음악이 너무 좋아 그냥 크게 틀어놓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됐다"며 "로아라는 게임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로아 예찬론을 폈다.

이런 행복이 한순간에 어그러진 게 3주 전이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 /  연합뉴스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 / 연합뉴스

그는 "로아를 하려고 보니 갑자기 계정 보호 조치가 뜨면서 본인인증을 하라는 창이 떴다. 본인 인증 후 접속 가능하다고 하더라. 죽은 남편의 계정이기 때문이었다"며 "남편이 살아생전 쓰던 휴대폰 번호도 제 번호로 가져와 쓰고 있었고, 그동안 캐시 충전을 할때도 제 핸드폰으로 잘만 되었기에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고 당혹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A 씨는 "고객센터에 2주간 문의를 4~5번 넣으며 제 사정을 말했다. 계정 주인이 2020년 사망했고 제가 그 직계 가족이고 가족관계증명서, 사망확인서, 주민등록증, 통장 사본, 인감도장 등 필요한 서류는 모두 제출할 테니 보호조치를 풀어달라고 부탁했다"며 "하지만 '도와드리기 어렵다'는 답변만 날아왔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그날부터 전 하루하루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로아 안에서의 추억 하나하나들이 다 생각나면서 눈물이 난다"며 "기상하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너무 힘들고 초조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제가 5년 가까이 키워온 로아 캐릭터들에게 절대 접속할 수가 없는 걸까요"라며 "아무런 방법 없이 저의 캐릭터들이 휴면이 돼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건지요"라고 호소했다.

가슴이 미어지고 하루 종일 울고 땅이 꺼지라 한숨만 쉬며 창밖만 쳐다본다는 A 씨는 "저 같은 사정의 사람이 구원받을 길은 전혀 없는 걸까요"라고 애절한 마음을 전했다.

딱한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변호사 찾아가서 상담받으시라", "고객센터는 매뉴얼대로 밖에 못하나", "배짱 영업인가", "계정도 상속재산으로 포함해야 한다", "(다른 게임 회사)넥슨은 명의 이전되는데" 등 A 씨를 동정 겸 응원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