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 날아갈 정도로 맞은 여승무원을 보며 아시아나 사무장이 한 말

2024-09-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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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경찰 신고 등 조치 없이 비행 강행

이륙하는 아시아나 항공기. / 뉴스1
이륙하는 아시아나 항공기. / 뉴스1

여성 기내 승무원이 이륙 직전 승객에게 폭행당했는데 강압적으로 비행을 강요하고 사건을 덮으려 거짓 보고서를 작성한 아시아나 캐빈 매니저(사무장)가 공분을 사고 있다.

JTBC '사건반장'은 최근 아시아나 항공 객실 여성 승무원 A 씨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지난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일 오후 8시 40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동하던 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아시아나항공 OZ204편 기내에서 외국인 남성 승객에게 폭행당했다. 당시 비행기는 이륙 직전인 상황이었고, 해당 구역을 담당하던 A 씨는 화장실을 가려는 승객을 통제했다가 주먹으로 뺨을 맞았다. 귀걸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맞았고 승객들도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더 큰 문제는 캐빈 매니저의 태도였다. 폭행 사건이 발생한 만큼 램프리턴(항공기가 이륙 전 다시 터미널이나 주기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해야 하는데, A 씨에게 "괜찮아? 갈 수 있어? 램프리턴하고 싶어?"라고 물으며 "괜찮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한 것.

제보자 B 씨는 "A 씨는 막내급 승무원이어서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램프리턴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A 씨는 결국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 "괜찮다"고 답했고, 비행기는 그대로 이륙해 11시간 비행에 나섰다.

심지어 캐빈 매니저는 A 씨의 담당구역을 바꿔주지도 않았다. A 씨는 남은 11시간의 비행 동안 자신을 폭행한 남성이 있는 구역에 지속해서 서비스해야 했고 남성의 위협은 계속됐다. 도착지에서도 캐빈 매니저는 현지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캐빈 매니저는 회사에 거짓 보고서를 써내기도 했다. 그는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팔을 휘두르다가 승무원이 맞았다'고 전혀 다른 내용을 기재했고 A 씨가 반발하자 "일 커지잖아"라며 의견을 묵살했다.

사건 이후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다른 아시아나 항공사 승무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이들은 "승무원 폭행은 명백한 항공 보안법 위반이다. 승무원을 때린 승객은 얼마든지 다른 승객을 폭행할 수 있는데도 위험인자를 방치한 채 비행을 강행했다", "미국 같았으면 바로 구금시켰을 사안인데 아시아나는 항공사 승무원이 맞아도 목적지까지 가는 유일한 항공사로 기록될 것" 등의 댓글을 달며 분노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LA 도착 직후 A 씨와 캐빈 매니저를 귀국하도록 하고 후속 업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A 씨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당시 상황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안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해 승객에 대한 수사 의뢰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