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여자가 샤워하는 모습 몰래 촬영한 남자에게 내려진 당황스러운 판결
2024-09-0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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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도 아니고 벌금형... 이유는?
원룸 욕실 창문을 통해 샤워 중인 여성을 불법 촬영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20대 남성 A(25)씨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을 받았다. 그 이유가 뭘까.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17일 강원 춘천시의 한 원룸 건물에서 피해자 B(22)씨가 샤워 중인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욕실 창문을 열고 샤워 중인 B씨를 촬영했다. 이로 인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행 경위와 방법 등을 고려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자수한 점,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해 합의에 이른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낮췄다.
A씨는 1심에서 피해자에게 500만원을 공탁했고, 2심에서는 추가로 500만원을 지급해 피해자와 합의했다. 피해자는 이후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며 자수한 점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판결을 마무리했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는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촬영 행위가 사생활을 침해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경우 해당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력하게 다뤄지며, 재범 방지를 위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가 명령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월 공중화장실 내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1심 판결 중 가장 많은 것은 집행유예다. 58%에 이른다. 징역형이 30%, 벌금형이 12%로 뒤를 이었다. 불법촬영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대범죄임에도 피고인 상당수가 동종 전과가 없거나 촬영물 개수가 적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