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다니는데요... 전직 대기업 임원이 면접 보러 오셨는데 대단하더라고요"
2024-10-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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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써보고 능력 없으면 자르라" 의욕 만땅
예순을 바라보는 경단남(경력단절남성)이 재취업에 성공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 '오늘 중소기업에 59세 선생님이 면접 보러 오셨다'는 글이 올라왔다.
직원 20명의 지방 중소기업 직원이라는 글쓴이 A 씨는 "자재관리 담당 경력자를 뽑고 있었는데 59세 선생님이 지원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이 분이 이름만 들으면 아는 미국 명문대 졸업에 박사 학위자로, 경력 29년의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며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 국어 가능하고 국무총리상 수상 경력도 있다"며 범상치 않은 구직자의 스펙을 소개했다.
궁금증이 발동한 사장이 면접을 보기로 했다. 원래 면접비가 없는 회사가 10만원의 면접비도 준비했다.
면접에서 지원 동기를 묻자, B(59) 씨는 "아내가 몸이 안 좋아 미련없이 대기업 임원 자리도 내놓고 시골로 내려왔다"고 지역 정착 배경을 밝히면서 "이제 아내 건강은 좋아졌는데 다시 서울로 가자니 여기서 사는 게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농사를 짓자니 힘들고, 가만히 있자니 아직은 더 일하고 싶어지더라"며 "그러던 차에 집에서 10분 거리에 채용 공고를 낸 회사가 있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자칭 '비꼰대'라는 그는 "계약직이어도 좋으니 써보고 능력 없으면 자르라"며 의욕을 불태웠다.
즉석에서 채용을 결정한 사장이 연봉을 많이 못 준다고 하자, B 씨는 세전 월 300만원만 맞춰주면 된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A 씨는 "면접에 양복 쫙 빼입고 제네시스 타고 오셨는데 말투나 외모가 진짜 딱 대기업 임원 느낌이더라"며 남다른 포스에 감탄했다.
고스펙 경단남의 효용성에 대한 누리꾼들의 평가는 갈렸다.
"일 안 해도 고문으로라도 앉혀야 한다", "저 정도 급은 실력으로 쓰는 게 아니다. 돈 주고 저 사람 인맥을 사는 거다", "연봉 두배 주고 모셔야 한다", "뭔 일 날 때마다 경험, 인맥으로 해결하는 짬이 어마어마할 거다"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59세면 약발 없다", "대기업 퇴사하는 순간 끈 다 떨어져 나간다", "현직에서 물러나면 인맥은 2~3년간 유지될 뿐"이라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