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만원 버스서 기사가 승객 '한명' 때문에 운행 멈추고 일어난 이유

2024-09-0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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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전부 자리 차지하고 휴대폰만 들여다보자...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버스 기사가 힘겨워하던 임산부를 도운 사실이 알려져 흐뭇함을 자아냈다.

시내버스 기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시내버스 기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지난달 30일 JTBC에 따르면 서울 망우동에서 상암동을 오가는 270번 버스를 20년째 운행하고 있는 기사 전진옥 씨는 최근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 안에서 힘들게 서 있는 임산부를 발견한 뒤 승객들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했다.

당시 버스는 출근 시간대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 A 씨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내내 서서 가고 있었다.

승객들은 다들 휴대폰만 들여다보느라 아무도 A 씨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A 씨가 힘들게 서있는 모습을 발견한 운전기사 전 씨는 버스가 신호 대기로 정차했을 때 빠르게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뒤 운전석에서 나왔다.

전 씨는 "출근 시간대니까 다들 자리를 차지하고 핸드폰만 본다"라며 "임산부가 버스 뒤쪽을 쳐다보기에 '아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에 사이드를 채우고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승객들에게 큰소리로 "임산부가 탔는데 자리들 좀 양보해라"라고 말했다.

그제야 한 여성이 A 씨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A 씨는 전 씨 덕분에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약 20분간 편안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전 씨가 이토록 세심한 이유는 자신의 버스에 타는 승객들의 특징 때문이었다. 그는 "270번 노선에 노약자가 많은 편이라 늘 (승객을) 세심하게 보는 편"이라며 "이날도 옴짝달싹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승객이 들어찬 버스에서 임산부 한 명이 힘겹게 버스에 올랐다"라고 했다.

이에 감동한 A 씨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전 씨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 버스 회사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해당 일화에 대한 글을 올리며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전 씨는 "사실 미리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라며 "기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내가 더 고맙다고 인사했다. 줄곧 해온 일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생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경기도~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 쌍둥이 엄마 B 씨가 임산부 시절 매일 아침 마주한 버스 기사의 선행을 알려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했다.

B 씨는 지난해 7월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로 경기도~서울까지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를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버스 맨 앞자리가 늘 비어 있었는데 이는 알고 보니 버스 기사의 선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기사는 B 씨가 타기 전에 항상 그 자리에 앉은 승객들에게 자리를 옮겨 달라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