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배우 故 이지한 동국대 명예졸업… 모친이 남긴 한마디에 모두가 울었다

2024-08-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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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故 이지한, 동국대 명예 졸업장 받아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故 이지한이 동국대학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왼쪽) 배우 故 이지한과 (오른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각각 故 이자한 공식 프로필 사진, Xiuxia Huang- shutterstock.com 에서 가져왔다.
(왼쪽) 배우 故 이지한과 (오른쪽)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각각 故 이자한 공식 프로필 사진, Xiuxia Huang- shutterstock.com 에서 가져왔다.

최근 이지한의 어머니는 생전 그가 사용하던 개인 채널에 “8월 22일에 지한이의 명예졸업식이 있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과 함께 명예졸업장 사진을 공개했다.

어머니는 글에서 "졸업식에 갔다 와서 몸살이 심하게 나서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일을 회상해봅니다"라며 졸업식에 참석한 후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가지고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을 드러냈다.

밝은 모습으로 졸업을 축하하는 학생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는 어머니는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준비하지 않았다. 받을 지한이가 우리 곁에 없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명예 졸업장을 괜히 받으러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머니는 "지한이는 만지지도 못하는 명예 졸업장을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서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립니다. '지한아 명예졸업을 축하한다'"며 졸업장을 아들 앞에 두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끝으로 어머니는 "듣고 있지? 지한아? 보고 있는거지? 사랑하고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라고 덧붙이며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다음은 故이지한 어머니 입장 전문이다.

8월 22일에 지한이의 명예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식에 갔다 와서 몸살이 심하게 나서 오늘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날의 일을 회상해봅니다.

우리는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가지고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에 지한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아서 가슴 아리게 슬프지만 지한이의 영정사진을 비단 보자기에 싸서 들고 갔습니다.

강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졸업생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부모님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우리는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우리 셋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눈물이 흘렀습니다.

지한이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받을 지한이가 우리 곁에 없는 게 너무 슬펐기 때문입니다. 명예 졸업장을 괜히 받으러 갔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졸업장을 받을 지한이도 없는데 그까짓 종이 한장이 뭐 그리 중요할까요.

인생이 너무나 허무하고 모든 게 의미없고 가슴에 불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숨을 쉬기가 어려운데 말입니다.

주인공도 없는 졸업장이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답답한 생각에 우리 가족은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 가지고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연극영화과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엄마 아빠의 꽃다발을 웃으며 받을 수 있었더라면, 만약에 지한이가 살아 있어서 다른 졸업생들처럼 부모와 나란히 서서 졸업장을 받았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럴 수 없기에 모든 게 다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들 같았습니다.

10월 29일 이후로 지한이가 없는 우리 가족의 삶은 두 발이 땅이 아닌 공중에 두둥실 떠서 영혼 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처럼 그 어떤 것에도 아무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한이는 만지지도 못하는 명예 졸업장을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서,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립니다.

"지한아 명예졸업을 축하한다"라고 말입니다.

지한이 없이 남겨진 우리 셋은 그날 서로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듣고 있지? 지한아? 보고 있는거지?

사랑하고 많이 많이 아주 많이 보고 싶다.

home 용현지 기자 gus8855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