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질 게 터진 것"...부천 호텔 화재 에어매트 참사의 '진짜' 문제

2024-08-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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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된 매뉴얼 없이 중구난방으로 쓰이고 있는 에어매트

부천 호텔 화재 당시 투숙객 두 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은 사건과 관련해 국내 에어매트 매뉴얼의 허점이 발견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대형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객실이 까맣게 타 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지난 22일 대형 화재로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의 호텔 객실이 까맣게 타 있다. /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호텔 화재 현장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 뉴스1
25일 오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호텔 화재 현장에 고인의 명복을 비는 국화꽃이 놓여있다. / 뉴스1

얼마 전 경기 부천에서 발생한 호텔 화재 이후 문제가 된 에어매트와 관련해 소방 당국조차 별도 매뉴얼이 없어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투숙객 두 명이 소방이 준비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안타깝게 사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숨진 여성 투숙객은 에어매트 모서리로 떨어지며 매트가 뒤집혀 맨바닥으로 튕겨 나가 사망했다. 뒤이어 뛰어내린 남성 투숙객도 뒤집힌 에어매트에 착지하며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이후 에어매트에 관한 지적이 이어지자 당시 사용된 에어매트의 사용 가능 기간이 규정된 7년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소방 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에어매트의 사용 가능 기간은 최대 7년이다. 하지만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2006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소방당국의 에어매트 관리 허점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관리 문제뿐만 아니라 구입과 운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운용 표준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소방서마다 훈련과 사용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어매트는 구조 현장에서 최후의 보루다. 40m 타워크레인에서 고공 농성하다 추락한 남성이나 150m가 넘는 51층 높이에서 떨어진 여중생을 살린 것도 에어매트였다. 이들은 에어매트에 떨어진 뒤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거나 매트가 터지는 아찔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결국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효율적인 배치가 전혀 안 되고 있어 표준 매뉴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대전 동부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이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 전개 및 인명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27일 대전 동부소방서에서 소방대원들이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 전개 및 인명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전국 소방서가 보유한 에어매트는 1580여 개다. 소방서 하나가 7개 정도씩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역 소방서는 필요성이나 적절성을 따질 기준이 없어 알아서 구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층 빌딩이 많은 서울에는 에어매트가 191개밖에 없는 반면 경남 지역에는 에어매트가 200개가 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심지어 경남 지역은 10층 이상 고층용만 46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서울은 37개, 부산은 30개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각 소방서는 성능과 재질, 조작법이 에어매트를 제각각으로 사들여 자체적으로 제품 설명서를 보고 훈련·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