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의 실패, 한국 영화 청춘물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나?
2024-08-2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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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과 비평 모두 잡을 수 있는 청춘물의 부재
청춘물은 젊은 세대의 열정과 성장 과정을 진솔하게 그려내며, 각 시대를 반영한 감수성과 사회적 이슈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극장으로 옮겨지면서 그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관객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청춘물은 극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근래 한국 영화에서 청춘물의 부진이 매우 심각하다.
지난 14일 개봉한 혜리 주연의 영화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성있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평론가와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호평이 무색하게 성적은 매우 나쁘다. 영화 '빅토리'의 손익분기점은 200만 명이지만, 28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빅토리의 관객수는 고작 31만 4184명에 그쳤다. 손익과는 터무니 없이 적은 액수다.
'빅토리'의 흥행 실패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리바운드'는 2012년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최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준우승을 이룬 과정을 그렸다.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이 출연하고, 드라마 '시그널', '악귀' 등 장르물의 대가로 이름을 날린 김은희 작가가 집필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개봉 후 평은 엇갈렸다. 약체 스포츠팀이 실패를 맛 본 후, 몇 가지 계기로 강팀으로 변모하는 청춘 성장물의 왕도를 잘 구사했다는 호평도 받았지만, 선수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화합하고 성장했는지에 대한 서사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이 작품도 69만 명으로 손익 분기점인 160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비단 코로나 19 이후로 영화 시장이 바뀐 것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 전부터 이미 한국 청춘물은 하락세를 겪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게 2018년 박보영, 김영광 주연의 영화 '너의 결혼식'이란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드라마 분야의 경우 최근까지도 다양한 청춘물이 방영됐으며, 특히 지난 4월 방영한 tvN 드라마 '선재업고 튀어'가 국내에서 높은 화제성으로 주연 배우들이 스타덤에 오른 걸 생각하면 한국 영화에서 청춘물의 부진은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청춘물의 부진에 대해 "한국 영화 청춘물의 대체제가 너무 많다"며 "유료로 봐야 하는 극장 청춘물보다 드라마가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지갑이 얇은 청년들이 타겟일 수밖에 없기에 영화표 가격 문제도 크다"고 언급했다. 대체 콘텐츠가 많은 상황에서 영화 관람 시 드는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예산의 대만, 일본 청춘물들은 열성팬들이 꾸준히 있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기획과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한국 청춘물들이 기성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되거나 구태의연한 기획이 많아진 점을 지적하며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획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