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20대 여성 투숙객, 대학서 배운 지식으로 기적적으로 생존

2024-08-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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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어머니 “많은 분이 이런 정보를 알길 바란다”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참사 당시 발화 지점과 같은 층에 투숙 중이던 대학생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생존할 수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다. / 뉴스1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이 불에 타 검게 그을려 있다. / 뉴스1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7층 810호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806호에 머무르고 있던 20대 여성 A 씨는 "자다가 일어났는데 소방 벨이 울렸다. 타는 냄새를 맡고 나가보니 객실 문을 열어보니 복도에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A 씨는 문을 닫은 뒤 객실 반대편 창문을 열어봤지만, 그쪽에도 연기가 확산하고 있었다. 당장 내려가면 위험하겠다고 생각한 A 씨는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119에 전화를 걸고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수건으로 막았다.

언제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 속,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떠올린 A 씨는 샤워기를 틀고 머리에 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샤워기.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샤워기. / 픽사베이

강원도 권역 대학 간호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유독가스인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로 수막을 형성한 것이다.

A 씨는 두려움 속에서도 침착하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고, 여러 차례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A 씨는 "화장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 씨 어머니는 "우리 딸아이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배웠던 덕분이다"라며 "많은 분이 이런 정보를 알고,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뉴스1

한편, 이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20대 남녀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상 3명을 포함해 부상자 12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망 및 부상자들은 모두 내국인으로 파악됐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여성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친 뒤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지만, 에어매트가 뒤집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어 매트가 뒤집힌 상황을 모르고 한 남성이 곧바로 뛰어내리면서 연이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뛰어내린 여성은 에어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