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아빠 생일에 떠난 28살 딸의 유언 “내 몫까지 잘 살아”
2024-08-23 08:11
add remove print link
부천 모텔 화재로 숨진 김 씨, 사망 직전 부모에게 남긴 말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여성이 부모님과 마지막 통화에서 남긴 말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께 부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지하 2층, 지상 9층짜리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한국인 투숙객 7명이 사망하고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 9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망자 중 28살 여성 김 씨가 숨지기 직전 아버지와 통화하며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한 듯한 말과 함께 유언을 남긴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3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2일 오후 7시 42분, 화재 발생 시각 3분 뒤 부모님에게 다급히 전화를 걸어 "큰일 났다. 연기가 가득 차서 나갈 수가 없다"라며 "5분도 못 버틸 것 같다. 내 물건은 다 버려 달라.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라고 당부한 뒤 숨을 거뒀다.
유감스럽게도 사고가 난 날은 김 씨의 아버지 생일이었다. 그날따라 김 씨는 "잘 다녀오겠다"라고 인사한 뒤 집을 나섰다고 한다. 김 씨 아버지는 "생일에 딸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라며 울음을 삼켰다.
김 씨 아버지는 "일찍 가세가 기운 탓에 딸이 집안의 중심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낮엔 휴대폰 매장에서 일하고 밤늦게까지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버지에겐 누구보다 믿음직한 딸이었다. 아버지가 버는 돈도 도맡아 관리하며 집안의 중심을 지켰다. 최근엔 방송통신대에 등록해 못다 한 학업도 이어가기 시작했다.
김 씨 아버지는 딸이 생전 통화에서 "연기만 가득 차 있고 (천장에서) 물이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 해당 모텔의 62개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피할 곳을 찾지 못한 김 씨는 객실 화장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23일 밤 12시 30분 기준 사망자 7명, 부상자 12명(중상 3명, 경상 9명) 등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모두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사고가 난 숙박업소는 지상 9층짜리 건물로, 사상자 대부분이 불이 난 8층 객실 인근의 투숙객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화재가 발생한 부천 모텔 사고 현장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