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높이뛰기 5위’ 일본 국가대표의 상당히 당황스러운 직업
2024-08-12 10:58
add remove print link
국가대표로 뛰며 회사에선 시스템 엔지니어
대학교 의학부에서 연구생으로 활동하기까지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일본 높이뛰기 국가대표 아카마쓰 료이치에게 누리꾼 관심이 쏠린다.
이번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선 뉴질랜드의 해미시 커가 2.36m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높이를 넘은 미국의 셸비 맥큐언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심은 2.34m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소틸레는 2.34m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일본의 아카마쓰 료이치는 2.31m를 기록해 5위로 마무리했다. 이는 일본 높이뛰기 종목 최고 성적 타이 기록이다. 같은 기록을 세운 우크라이나의 올레 도로슈추크가 6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우상혁은 2.27m로 7위였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한 아카마쓰 료이치는 높이뛰기 종목을 고등학교 시절 시작했다. 그 전엔 장신을 활용해 농구 선수로 활약했다.
아카마쓰 료이치는 "이 종목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다. 그냥 뛰고 점프하는 거니까. 하지만 극한까지 도전해보면 꽤 재미있어진다"라고 높이뛰기 종목의 매력을 설명했다.
일본 기후신문에 따르면 그는 2024년 3월까지 근무한 회사에서 ‘삼도류 점퍼’로 이목을 끌었다. 본업인 높이뛰기 선수 외에도 회사에서는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후대학교 의학부에서 노인 낙상 예방을 연구하는 연구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학구적인 성격과 온화한 성품을 두고 코치인 하야시 료헤이(35)도 "아카마쓰는 전형적인 운동선수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한다.
아카마쓰 료이치가 높이뛰기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키가 큰 장점을 살려 농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 중학교 체육대회에서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원래 고등학교에서도 농구를 계속할 생각이었지만, 가노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체육부를 둘러본 끝에 친구 권유로 육상부에 들어가게 됐고, 이 결정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높이뛰기 전의 흐름이 농구의 레이업 슛과 비슷해서 어색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아카마쓰 료이치는 서서히 재능을 꽃피웠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 고등학교 종합체육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회 직후에 세운 2m 16cm의 기록은 현재까지도 기후현 고등학교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는 기후신문 인터뷰에서 "공부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지만 중간 정도는 했다"라고 말했다. 겸손이 깃든 발언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가노 고등학교 교사들은 아카마쓰 료이치가 매우 성실한 학생이었고 문무겸비 자세로 기후대학교 교육학부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기후대학교에는 스포츠에 특화된 학부나 학과가 없었다. 육상부가 있긴 했지만 다른 높이뛰기 선수가 없었고, 학내에는 충분한 도약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연습 장소마저 없었다. 그럼에도 단거리 선수들과 함께 연습을 이어가며, 2학년 때는 일본 학생 대항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부터는 기후대 대학원의 의학 분야 연구생으로서 주로 노인의 낙상을 과학적으로 예방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높이뛰기에서도 실제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의 차이를 맞춰가는 작업이 중요하다. 육상도 연구도 재미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