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였던 두 여성 태권도 선수…성차별 때문에 적으로 만났다

2024-08-09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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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동료에서 적으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샨데와 불가리아의 키미아 알리자데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적으로 만났다.

히잡 쓴 태권소녀의 눈물.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샨데. / 뉴스1
히잡 쓴 태권소녀의 눈물.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샨데. / 뉴스1

각각 이란과 불가리아를 대표해 출전한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여자 57㎏급 16강전에서 키야니샨데는 알리자데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두 선수 모두 접전을 벌였다. 한 라운드에서 각각 7점을 기록하며 동점을 이루었다. 하지만 심판들은 키야니샨데의 손을 들어주었고, 8강전 진출에 성공했다.

키야니샨데는 승리 후 주먹을 불끈 쥐었고, 알리자데는 패배의 아쉬움을 삼키며 무릎을 꿇었다. 알리자데는 과거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이란 최초의 여성 선수였다.

그러나 이란에서의 성차별과 히잡 착용 강제 규정에 대한 불만으로 결국 고향을 떠났다. 그녀는 자신을 "이란에서 억압받는 수백만 명의 여성 중 한 명"이라고 표현하며, 독일로 망명한 후 난민대표팀의 일원이 되었다.

난민 선수단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처음 결성됐다. 올림픽에서 난민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난민 선수단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10명의 선수가 참여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29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두 번의 올림픽에서 난민 선수단은 메달을 따지 못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이전 난민 선수단의 최고 성적은 도쿄에서 하문 데라프쉬프르와 키미아 알리자데가 각각 가라테와 태권도 부문에서 차지한 5위였다.

알리자데는 이번 대회에서 불가리아 선수로 참가했다. 지난 4월 불가리아 시민권을 얻었다.

룸메이트였던 두 태권도 선수는 이렇게 재회했으나 경기가 끝난 후,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심지어 기자들과의 대화도 거부했다.

이란과 불가리아의 두 선수는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성차별과 인권 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들은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싸워온 동지이자 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태권도의 경기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순간이 되고 있다.

히잡 쓴 태권소녀 '아쉬움의 눈물' / 뉴스1
히잡 쓴 태권소녀 '아쉬움의 눈물' / 뉴스1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