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푸다. 살기 실타" 아령 묶고 떠난 여성의 고시원 방

2024-08-0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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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 쓰인 글귀, 가슴 아파

스스로 세상을 떠난 중년 여성의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1일 조선일보는 고인이 된 박 모 씨의 보금자리였던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한 고시원 방문 취재기를 보도했다.

고시원은 4.9㎡(1.5평) 정도의 좁은 공간이었다. 고시원 간판엔 '해피'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박 씨 방엔 달력이 걸려 있었다. 거기엔 "몸이 너무 아푸다(아프다). 살기 실타(싫다). 죽고 싶다"고 쓰여 있었다. 어머니 기일을 표시해두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OCN '타인은 지옥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OCN '타인은 지옥이다'

소형 냉장고엔 쌈장과 고추장이 놓여 있었다. 나무젓가락, 컵라면, 국그릇, 숟가락, 생수병 등도 발견됐다.

천장 옷걸이엔 수건과 속옷, 양말, 옷들이 걸려 있었다. 침대 위엔 귀마개, 이어폰이 놓여 있었다.

새 로또 OMR 용지도 있었다. 당뇨약, 고지혈증약, 위장약 등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수첩에는 "양조 식초가 혈관과 장에 좋다"는 메모가 있었다.

박 씨는 6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충북 충주 출신으로 20대에 서울에 와 세차장에서 일했다. 결혼은 안했다.

고인의 지인들은 박 씨를 '착하고 온순한 사람'이라 표현했는데, 박 씨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큰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Pixel-Shot-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Pixel-Shot-Shutterstock.com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 95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상심이 컸다고 한다.

박 씨는 지난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나루터에서 팔에 5㎏ 아령을 묶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투신한 지 3일 만이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