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감탄만…구본길, 프랑스 관중 야유에 일부러 세리머니 과장한 이유

2024-08-0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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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관중 응원 역이용한 구본길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이 종주국 프랑스와 세계 랭킹 3위 헝가리를 차례대로 꺾고 정상에 오른 가운데 맏형 구본길이 준결승전에서 일부러 세리머니를 과장한 이유가 감탄을 안기고 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다음 선수와 교체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다음 선수와 교체하며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손가락으로 3연패 달성을 의미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손가락으로 3연패 달성을 의미하는 표시를 하고 있다. / 뉴스1

구본길과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대41로 당당히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에서 2연패에 이어 파리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뤘다.

사실 이런 값진 결과에는 남자 대표팀의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담겨 있었다. 특히 프랑스와 치른 준결승전에서 이런 노력이 빛을 봤다.

펜싱은 프랑스를 종주국으로 한다. 모든 용어가 불어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올림픽 펜싱 경기에는 많은 프랑스인이 몰려 들었고 경기장도 그만큼 프랑스팀을 향한 응원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열띤 응원만큼 매서운 야유도 쏟아졌다. 한국도 프랑스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인한 희생자에 속했다.

국제펜싱연맹 팀 랭킹 2위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단체전 8강에서 프랑스에 31-37로 패하며 메달을 놓친 것이다. 2012년 런던과 2021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에페 대표팀은 올해 대회에서도 단연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종주국 프랑스 관중의 무서운 저력에 고개를 떨궜다. 홈 관중들의 응원에 주눅이 든 선수들은 초반부터 굳은 표정을 보이더니 결국 경기 내내 프랑스에 끌려갔다.

다행히도 남자 대표팀은 끝까지 맞서 싸웠다. 대표팀은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는 압박감 속에서 프랑스를 45-39로 격파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특히 맏형 구본길은 노련한 심리전으로 오히려 프랑스 관중의 응원을 역이용했다. 그는 3라운드에서 불라티 아피티가 자신의 경기 운영에 말려들어 평정심을 잃자 전보다 더 도발적인 세리머니로 관중을 자극했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이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4강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14-7로 점수를 냈을 때는 아예 무릎을 꿇고 양팔을 활짝 벌리며 대놓고 기쁨을 표현했다. 프랑스 관중은 이런 구본길의 모습에 야유를 쏟아냈지만 두 나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구본길은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관중의 응원이나 야유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심판을 자극하는 것이라 우리 쪽으로 분위기를 끌고 오는 계기이기도 했다"라며 "심판도 흔들릴 수가 있는데 오히려 더 냉정하게 잡아주더라. 우리한테 더 좋았다"라고 여유를 드러냈다.

사브르 대표팀은 진천 선수촌에서 현지 팬들의 응원으로 심리적 위축이 될 경우를 대비해 스피커로 강한 소음을 틀어 놓고 이를 견디는 훈련을 했다. 실제 이 훈련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러 불리한 판정을 해서 선수들의 멘털을 흔드는 모의 훈련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도 진행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