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 주요 신체부위 사진 보내달라” 요구한 공공기관

2024-07-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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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법적 대응 검토하겠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픽사베이 자료사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주요 신체 부위의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사진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A 산부인과 의원의 B 원장이 지난 23일 페이스북에서 "심평원이 외음부 양성 종양을 제거한 여성 환자들의 동의 없이 성기 사진을 보내라고 요구했다"며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밝혔다. 심평원이 수술 전후 사진을 증거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B 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외음부 양성 종양 환자가 다른 병원보다 많아 허위 청구로 의심한 것 같다"며 "시술을 입증하라는 요구를 여러 번 받았으나 이번에는 처음으로 '수술 전후 사진'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이 오는 29일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해 환자 사진을 제외한 수술 전 조직 검사 결과지와 차트 등 서류를 준비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의 병변을 사진으로 찍지만, 유출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동의를 받는다"며 "엑스레이나 초음파 사진도 아닌 성기 사진을 어떻게 제출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환자의 동의 없이 사진을 제출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법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심평원이 환자가 알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했다. 기본적으로 심평원이 의사를 도둑, 사기꾼 취급한 것"라고 말하며 분개했다. 의협은 담당 심평원 직원의 직권남용혐의 고발 등을 법적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시스는 심평원 요구가 과도하다는 의료계 입장을 전했다.

수도권에 있는 C 산부인과의 의사는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을 시행했다면 조직 검사 결과지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사진 제출 의무가 없다면서 조직검사 결과와 차트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B 원장은 "외음부 양성 종양 제거술은 마취 등 시술에 시간이 소요되고 수가도 낮아 산부인과에서 기피한다"며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쌓이면 급여 환자는 갈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수가를 충분히 더 인정해 주기 위해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뉴시스에 "수술 기록지와 조직 검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한 결과 외음부 종양이 아닌 농양으로 확인 돼 농양 절개술 수가로 조정이 됐었다"면서 "자료가 많을수록 검토하시는 위원들이 심사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심사 참고 자료 목록 중 추가로 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내라는 의도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B 원장은 "종양으로 보여서 제거를 했고, 최종 진단 결과가 농양으로 나온 것"이라면서 "환자들 성기 사진이 유출되든지 말든지 관심도 없고 결국 필수의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