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 직원이 “10년 만에 펑펑 울었다”며 올린 글

2024-07-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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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이 막막해서가 아니라 내가 했던 프로모션이 죄스러웠다”

위메프 본사 / 뉴스1
위메프 본사 / 뉴스1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큐텐의 무리한 확장 정책 때문에 애꿎은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단 말이 나온다.

위메프 직원 A 씨는 23일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벤더사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울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인 된 이후로 울어본 기억이 없는데 오늘 술 먹고 집에 오는 길에 10여년 만에 펑펑 운 것 같다”라면서 “단지 회사가 망하고 내 앞길이 막막해서가 아니었다. 오후 팀미팅 자리에서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를 전해 들었을 때 어린 팀원들의 멍한 표정이 생각나고 정산금 몇십억이 물려있는데 거듭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니 오히려 ‘MD 님이 잘못한 게 아니다’라며 위로하는 벤더사 대표님의 떨리는 목소리도 생각나고…. 진짜 한 시간은 펑펑 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큐텐에 인수된 뒤 거래액 키운다고 업체들을 독려해서 했던 모든 프로모션이 다 죄스러워 너무 괴롭다”고 밝혔다.

위메프와 역시 큐텐 계열사인 티몬은 현재 정산 지연 사태에 휩싸여 있다. 지난주부터 회사가 정산을 해주지 않아 위메프와 티몬에 입점한 업체들이 상품을 내리고 있다.

티몬 본사 / 뉴스1
티몬 본사 / 뉴스1

A 씨를 비롯한 위메프 직원들이 실직한 것은 큐텐의 무리한 확장정책 때문일 수 있다.

큐텐은 지마켓 창립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설립했다.

구 대표는 2009년 미국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하고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세웠다. 큐텐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비롯해 인도(샵클루즈), 중국 등에 진출했다.

구 대표는 2022년부터는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위시·AK몰 등 국내 플랫폼과 위시(미국) 해외 플랫폼을 인수했다. 북미·유럽에까지 진출하겠다는 공격적인 확장 계획이었다. 큐텐은 이렇게 회사 덩치를 키운 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려고 했다.

문제는 플랫폼 난립과 중국 플랫폼의 두각 등으로 인해 일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위메프·티몬의 매출은 쪼그라들고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두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자금력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한 큐텐의 확장 정책이 부메랑이 됐다. 일각에선 큐텐이 위메프와 티몬의 거래액을 정산에 쓰지 않고 인수 대금을 막는 데 사용했단 말도 나온다.

업계는 큐텐 계열사 전체에서 유동성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롯데쇼핑,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위메프, 티몬에서 판매를 철수했다.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 대금 돌려막기가 한계에 닥치면 자금이 경색될 수 있다.

일각에선 큐텐의 e커머스 계열사들 부도 우려도 나온다. 위메프와 큐텐의 합산 자본금은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프 직원이 23일 블라인드에 올린 글.
위메프 직원이 23일 블라인드에 올린 글.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