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신용카드 사용하는 사람들, 결제할 때마다 황당한 일 겪고 있다

2024-07-2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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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카드 기능 탑재된 씨티카드는 무용지물?…개선 의지도 안 보여

신용카드 단말기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신용카드 단말기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씨티카드가 식당 등 가맹점에서 제대로 결제가 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이런 문제점을 알고도 적극적인 개선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철수를 앞두고 고객 서비스에 뒷전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씨티은행 마스터 카드를 십여년째 쓰고 있는 직장인 A 씨는 올해 3월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 가맹점에서 결제하려고 하면 번번이 오류가 나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단말기에 카드를 '꽂아서' 결제를 시도하면 자꾸 먹통이 됐다. 그럴 때마다 A 씨는 할 수 없이 카드를 단말기에 '긁어서' 결제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 발급받은 카드도 오래가지 못했다. 등록한 지 한 달여 만에 똑같은 문제점이 되풀이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카드에 내장된 IC(집적회로)칩이 손상된 탓이다.

국내에서 발급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 카드처럼 A 씨의 카드도 IC와 MS(마그네틱) 겸용이다.

그런데 칩이 훼손됐기에 카드를 단말기에 꽂아도 IC가 읽히지 않는 게 말썽의 근원. 이 때문에 2차 수단으로 MS를 사용해 카드를 긁어서 결제해야 한다. 현재 가맹점에서 IC/마그네틱 겸용 카드의 경우 IC를 우선으로 하되 IC 칩이 손상된 경우 마그네틱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씨티은행 본사.  / 뉴스1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씨티은행 본사. / 뉴스1

씨티카드(한국씨티은행 신용카드사업부) 콜센터에 문의한 A 씨는 이런 골치를 앓는 회원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씨티은행 마스터카드는 IC칩이 인식이 안 되는 장애가 발생한다.

상담원은 "교통카드 기능이 IC칩과 충돌이 일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고객들에게 교통카드 기능을 제외한 카드를 재발급받기를 권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씨티카드 고객들은 외출 시 별도의 교통카드를 준비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금융거래도 애로사항이 따른다.

상담원은 "IC칩이 있어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조회가 가능하고 인식이 되는데 특히 해외 ATM에서는 마그네틱만 있는 카드로는 현금 인출 또는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씨티은행이 한국 철수를 선언하고 각종 사업을 접고 있는 판이라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씨티은행은 2021년부터 소매금융(개인 고객 영업)을 사실상 멈추고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 부문도 이에 포함된다.

씨티카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자체 신용카드 가맹 개인 수는 83만 4525좌로 전년(97만 3461좌) 대비 14% 감소에 그쳤다. 많은 고객은 여전히 씨티카드로 결제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씨티카드는 2022년 2월부터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기존 이용자들은 최대 2027년 9월까지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