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내려놔!”...911 신고한 흑인 여성,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숨졌다

2024-07-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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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 내고 안타까움 드러내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자택에서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이 보디캠에 찍혀 공개됐다.

가해자 샌거몬 카운티 부보안관 션 그레이슨(좌)과 피해자 소냐 매시(우) / 일라노이주 경찰
가해자 샌거몬 카운티 부보안관 션 그레이슨(좌)과 피해자 소냐 매시(우) / 일라노이주 경찰

22일(현지시각) 일라노이주 경찰은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한 것 같다며 911에 신고한 흑인 여성 소냐 매시(36)가 스프링필드 샌거몬 카운티 부보안관인 백인 남성 션 그레이슨(30)의 총격에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6일 새벽 매시는 시카고에서 남쪽으로 약 320km 떨어진 스프링필드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 같다며 911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집 주변을 잠시 수색한 후 매시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매시가 신분증을 찾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그레이슨은, 끓는 물을 버리기 위해 매시가 냄비를 집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흥분하기 시작했다.

매시의 행동을 위협으로 간주한 것인지 그레이슨은 권총을 겨누며 냄비를 내려놓으라고 소리쳤다. 매시는 "알았다. 미안하다"라며 냄비를 내려놓고 몸을 숙였지만, 그레이슨은 방아쇠를 당겼다. 직후 3~4발의 총성이 집 안에 울렸다.

소냐 매시는 그렇게 자신이 부른 경찰의 총에 얼굴을 맞아 사망했다. 그레이슨은 총격 후 숨을 몰아쉬며 "우리가 뭘 해야 했나. 난 끓는 물에 머리를 맞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그의 동료는 충격에 빠진 듯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성명을 내고 "소냐 매시가 경찰의 손에 숨진 것은 미국에서 흑인들이 안전에 대한 공포를 자주 맞닥뜨린다는 현실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백인 경찰에게 질식당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이름을 딴 경찰 개혁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샌거몬 카운티 주 검찰청은 "그레이슨이 매시에게 무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현재 그레이슨은 살인 및 공무상 위법 행위 혐의로 해고됐으며,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