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다”...도망친 직장 상사 대신 뒤집어쓴 '음주운전'

2024-07-23 09:37

add remove print link

직장 상사는 음주 측정을 제때 못한 탓에 무죄

음주운전을 한 직장 상사 대신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거짓 자수한 4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이한 이미지. 음주운전.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이한 이미지. 음주운전. / 픽사베이

지난 22일 청주지법 형사4단독 강현호 판사는 범인도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장인 A(48) 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2년 11월 충북 진천군의 한 도로에서 직장 상사인 B 씨가 모는 차량에 함께 타고 가던 중 B 씨가 음주 단속 중이던 경찰관을 발견하고 도주하자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음주 측정에 응했다.

당시 B 씨는 100m가량 음주운전을 한 상태였다. A 씨는 그걸 알고서도 거짓 자수했다.

B 씨는 음주 측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음주량 등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B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했지만, 재판부는 음주 속도, 체질, 몸속에 남아있는 음식량 등의 요소가 배제됐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강 판사는 "음주운전은 적시에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워진다"며 "피고인은 장기간 사실관계를 바로잡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B 씨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의 사법기능을 저해한 것으로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다"면서도 "하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직장 상사가 갑자기 도망가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운전. / 픽사베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운전. / 픽사베이

음주운전 사고를 낸후 되레 술을 더 마시는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갈 뻔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일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5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C 씨는 지난해 6월 충북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로 5km가량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C 씨는 피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소주 2병을 구매한 뒤 종이컵에 담아 들이켰다. 사고 후 술을 마심으로써 당시 음주 여부에 대한 변명을 마련하려는 시도였다.

이를 이용해 C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당시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었다는 점을 알아내 이를 기반으로 음주량을 재적용, 검사한 결과 C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home 윤장연 기자 yun124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