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처럼은 안되나'… 음주 사고 내고 소주 들이켠 운전자, 법의 심판을 받았다

최근 가수 김호중의 음주운전 증거인멸 시도 이후 음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자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를 마신 운전자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

20일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7)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6월 충북 영동군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로 5km가량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들이받아 운전자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A 씨는 피해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 소주 2병을 구매한 뒤 종이컵에 담아 들이켰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에게 음주 측정을 시행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였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기 전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인 0.03%를 초과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소주 2병을 모두 마셨다는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음주 수치를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마크 공식은 음주량, 술의 농도,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할 수 있는 공식을 뜻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를 통해 당시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던 점을 포착했다.

이를 감안하고 음주량을 재적용해 계산한 결과,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태지영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회나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며 "추가로 음주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줬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