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운전자가 몰던 유치원 버스, 트럭과 충돌… 유치원생 15명 병원 이송

2024-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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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서 미끄러져

부산 영도구 봉래동의 오르막길에서 어린이 48명을 태운 유치원 버스가 갑자기 뒤로 밀려 내려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19일 오전 급경사길에서 뒤로 밀려 사고가 난 유치원 버스. / 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19일 오전 급경사길에서 뒤로 밀려 사고가 난 유치원 버스. / 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19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봉래동 오르막길에 정차해 있던 유치원 버스가 갑자기 후진하여 약 45미터를 밀려 내려갔다.

버스는 반대 차로로 넘어가 1톤 트럭을 들이받았고, 이로 인해 트럭이 밀려 전봇대와 공중전화 부스를 충돌했다.

버스는 트럭과 충돌 후 속도가 줄었으나 계속 뒤로 밀리며 원래 차로로 돌아왔고, 약 20미터를 더 내려가 가드레일에 부딪혀 멈췄다.

유치원 버스에 타고 있던 어린이 48명과 교사 4명은 큰 충격을 받았다.

부산소방본부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어린이 15명을 병원으로 옮겼으며,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다. 나머지 어린이들은 유치원으로 돌아가거나 보호자에게 인계되었다.

경찰은 70대 버스 기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정차 후 다시 출발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뒤로 밀렸다고 진술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019년 22만 9600건에서 지난해 19만 8300건으로 13.6%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3만 3200건에서 3만 9600건으로 19.2%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2.1%로 전체 교통사고(1.4%)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강제 반납 등 극단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신체·인지능력 저하를 이유로 나이가 든 운전자들의 면허증 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건강한 고령자들이 많이 있어 나이만을 기준으로 운전면허를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은 내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어서 이동권과 안전의 균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면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국내 면허 갱신 주기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길고, 적성검사와 인지능력 검사만 실시하고 있어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자동 브레이크 기능이 있는 '서포트카'만 운전하도록 하고 있고, 영국은 70세 이상에게 연령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60~75세는 적성 검사 기간을 단축하고 76세 이상은 매년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고령 운전자에 대한 일괄적인 면허 반납보다는 사고 예방과 이동권이 함께 고려된 균형 잡힌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ome 김태성 기자 taesung112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