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우리 대법원이 '동성 커플' 편 들어주는 판결 내놨다

2024-07-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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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의견도 일부 있어

우리 대법원이 동성 커플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파격적인 판결을 내놨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주심 김선수 대법관)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남성 동성애자 소성욱 씨는 동성 파트너인 김용민 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유튜브에도 결혼 영상이 있다.

동성 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 / 뉴스1
동성 부부 소성욱 씨와 김용민 씨 / 뉴스1

소 씨는 다음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소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서울고법은 건보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이 동성 부부를 이유 없이 차별하므로 잘못됐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눈물을 흘리는 동성 부부 / 뉴스1
눈물을 흘리는 동성 부부 / 뉴스1

이에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간 것이다.

우리나라는 동성 부부를 민법상 인정하지 않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동성이어도 "부부 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라고 해석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는 차별 행위이고 그 침해의 정도도 중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회보장제도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피고(건보공단)는 평등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 내지 실현할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 차별 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 / 뉴스1
대법원 / 뉴스1

이에 "피부양자 제도의 본질에 입각하면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며 "동성 동반자도 동반자 관계를 형성한 직장가입자에게 주로 생계를 의존해 스스로 보험료를 납부할 자력이 없는 경우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아래서는 동성 부부를 법적으로 허용되는 부부와 유사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잡은 동성 부부 / 뉴스1
손 잡은 동성 부부 / 뉴스1

한편 이동원·노태악·오석준·권영준 대법관은 "배우자는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의 결합에는 혼인 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