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딸이 성추행 당했는데, 범인은 촉법소년이랍니다”

초등학생인 딸이 남자 중학생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으나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한 학부모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성폭행당한 딸아이의 아빠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세종시에 거주 중이라 말한 작성자는 "알려지는 것이 싫었지만, 언론에 공개돼야 처벌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변호인의 말에 도움을 받고 싶어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피해 아동 아버지인 작성자의 말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A 양은 지난해 10월 아파트 놀이터에서 인근에 사는 남자 중학생 B 군을 처음 마주쳤다. 이들은 6개월여간 몇 차례 놀이터에서 함께 놀며 친분이 생겼다.

B 군은 A 양을 학원이나 집 앞에 바래다주며 주요 동선을 파악했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작성자는 "B 군이 아파트 공동 현관문 앞에 기다리다 딸이 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집까지 같이 올라왔다. 올라오는 동안 딸의 신체를 만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졌고 딸이 반항하고, 거부해도 구석에 밀어 넣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B 군은 지난달 18일에도 A 양을 추행했다고 한다. 당시 지하 1층에 있던 입주민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A 양의 목소리를 들었고, 문이 열린 뒤 울고 있는 A 양과 도망치는 B 군을 발견했다. 입주민은 B 군이 너무 빨리 도망쳐 붙잡지는 못했다.

작성자는 이후 입주민에게서 이런 사실을 전달받아 B 군의 범행 사실과 딸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 양은 그동안 "B 군에게 보복을 당할 것 같았다. 본인이 잘못한 것 같아 혼날까 봐 무서워서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 양은 성추행을 당한 날 집에 오면 옷장 안으로 들어가 무서웠던 피해 사실을 잊으려 했다. 작성자는 "딸아이의 고통도 모르고 장롱에 들어가 밥도 안 먹고 안 나오면 혼내고 그랬다"며 "어제 아내와 진술서를 봤다. 아내는 2차 충격으로 지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한숨만 쉬며 울고 있다"고 토로했다.

A 양의 부모는 B 군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B 군이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라 형사입건·처벌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긴급동행영장을 발부받아 B 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감호하고 있다.

작성자는 변호사에 자문을 구했지만, 소년 보호시설 최대 2년에 전학이 최대 처벌일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 또한 민사소송이 안될 뿐더러 부모 상대로도 민사소송이 힘들 거라고도 들었다.

작성자는 "졸지에 우리가 이사를 해야 할 판이다. 생계 때문에 맞벌이 중인데 딸아이가 하원을 못 하는 상태여서 아내는 일을 그만둔 상태다"라며 "촉법소년법 때문에 처벌이 약해 처벌에 대해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세종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지난 10일 해당 사건을 접수 후 B 군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를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