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조차 도와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8살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
2024-07-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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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양육 수당 등 매월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 탕진한 7남매 부모
8살에 불과한 아이가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수의 자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부모가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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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는 11일 A(36) 씨와 B(34) 씨 부부의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 부부는 자녀 C(8) 군이 질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기간 유기·방치해 지난 4월 4일 세상을 떠나게 만들었다.
또한 딸 D(4) 양의 눈질환을 방치해 중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법상 아동학대중상해)도 공소장에 포함됐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4일 A 씨 부부의 지인인 E(33) 씨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하며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원이 강원도 강릉시 노암동의 주택으로 출동했을 때 이미 C 군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C 군의 눈을 비롯해 온몸에는 멍 자국이 가득했다.
C 군과 D 양을 비롯해 자녀 7명을 양육했던 A 씨 부부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난방도 되지 않고, 쓰레기와 곰팡이가 가득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방임·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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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세탁기조차 없는 집에서 자녀들이 세탁되지 않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음에도 집에서 술과 담배를 즐겼다. 생계 수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아동 양육 수당 등 매월 5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었다.
그러나 A 씨 부부는 보조금을 양육과 무관한 곳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들은 매일 '삼촌'으로 불리는 이들과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흥청망청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이 부족해지자 아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후 되팔아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이 사건은 C 군이 사망하기 10일 전 멍 자국을 발견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했으나 아이가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갔던 사실도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강릉시의 의뢰를 받아 A 씨 부부의 아동 학대 의혹을 조사 중이었지만, 그 사이 C 군이 숨졌다.
검찰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A 씨 부부에 대한 친권상실 청구 의뢰 절차를 진행 중이며, 피해 아동들은 보육원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장 결심으로 진행된 11일 공판에서 검찰은 A 씨 부부에게 각 징역 15년과 아동 관련 기관 등에 취업제한 10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A 씨 부부와 함께 살며 아동들을 폭행하거나 위협한 혐의(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로 구속기소 한 '삼촌' E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같은 죄로 불구속기소 한 F(35)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2일 열린다.